민주당의 텃밭으로 불리는 호남에서 막판 공천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 하룻밤 사이에 당내 경선 결과가 뒤바뀌고,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에서 우위를 보인 현역이 경선에서 패하는 등 의외의 결과가 속출하며 다소 혼란스러운 형국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중량급 인사를 내세우며 호남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홍보수석을 지내고 지난 19·20대 순천에서 현역을 지낸 이정현 후보는 이번 총선에서는 순천·광양·곡성·구례을 지역구에서 지역 표심 다지기에 나서고 있다.
이 후보의 상대는 권향엽 후보다. 지난 대선 당시 김혜경 여사의 부실장 역할을 한 권 후보가 비명계 현역인 서동용 의원을 제치고 경선을 통과했다. 권 후보가 첫 선거인 만큼 인지도나 정책 추진 및 예산 확보 능력 등에서 여당 이정현 후보가 단연 앞설 거라는 평가다.
또 순천갑 지역구에는 김형석 후보가 인물론을 내세우며 민주당의 텃밭을 공략 중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통일부 차관을 지낸 김 후보는 순천이 고향으로, 윤석열 정부에서 정책·예산 라인에 있는 이들과 친분 관계 등을 본인의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이념과 정쟁을 떠나 진짜 실력 있는 인물이 돼야 한다면서 연일 홍보 중이다.
이번 선거에서 순천을에 출사표를 던진 이정현 전 의원이 지난 19대와 20대 때 순천에서 당선된 전적이 있기에 순천갑 지역구에서 보수 정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긴 어렵다.
또 민주당 공천 파동도 김 후보에게는 호재다. 순천갑은 현역 소병철 의원이 갑작스럽게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공천 갈등 국면이 더욱 첨예해졌다. 이재명 대표와 중앙대 법대 동문인 신성식 후보가 컷오프 되면서 손훈모, 김문수 후보가 경선을 치렀고, 손 후보로 결정됐지만 며칠 만에 결과가 번복됐다. 부정 경선 행위가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손 후보 측은 윤리위에서 연락 한 통 받지도 못했다면서 억울함을 호소 중이다. 재심을 청구하고 당사 앞에서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경선 후보를 두고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해 본선에서 단합을 장담키 어렵다는 분위기도 전해진다.
경선 번복으로 후보에 낙점된 이가 이재명 대표의 측근인 김문수 후보인데 ‘친명 공천’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이재명 대표는 민주당 공천을 ‘혁신’이자 ‘공천 혁명’이라고 표현했지만, 일반적으로는 비명횡사, 친명 공천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민주당 경선에서 컷오프된 신성식 전 수원지검 지검장이 18일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고, 지역 민심을 닦아 온 천하람 변호사도 개혁신당 소속으로 출마할 예정인 만큼 순천갑 총선 셈법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김상일 정책평론가는 “순천은 과거 이정현이라는 인물을 당선시켜 의외의 선택 경험이 있는 곳으로 이번 선거에서는 과거의 경험을 되뇌며 판단할 것”이라며 “지금의 민주당 분위기면 압도적 승리를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민주당 내 잡음이 있고 분열하고 있기에 국민의힘에서는 도전해 볼만 하다고 판단할 것”이라며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호남 방문 때 순천을 먼저 찾은 것도 이와 전혀 무관치 않다”고 평가했다.
한편 다른 호남 지역에서도 막판 공천 잡음이 일고 있다. 전 현직 의원 맞대결로 주목된 화순·나주 지역구의 경우 현역 신정훈 의원이 승리했다. 다만, 손금주 전 의원 측이 신 의원이 당헌 당규상 금지된 ‘이중 투표’를 권유하는 등 반칙을 썼다면서 공천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손 전 의원은 18일 오후 4시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상경 투쟁 및 기자회견에 나설 방침이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