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윤·한 갈등’?…시험대 오른 한동훈

또 ‘윤·한 갈등’?…시험대 오른 한동훈

韓, 이종섭·황상무 조치 요구
대통령실 이종섭 귀국 요청 일축
한동훈 추가 언급 자제하며 신중모드

기사승인 2024-03-19 06:00:18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나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종섭 주 호주대사의 ‘도피 출국’ 논란을 두고 당정이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 대사의 즉각 소환·귀국을 주장하자 대통령실은 정당한 인사라고 반박했다. 

정치권은 19일 ‘2차 윤·한 대전’이 임박했다는 관측을 내놨다. 이번 갈등 조짐으로 한 위원장의 정치력이 또다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대통령실은 전날 인사가 정당했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며 귀국 주장을 일축했다. 한 위원장의 발언 이후 하루 만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전 대변인실 명의로 “공수처가 조사 준비가 되지 않아 소환도 안 한 상태에서 재외공관장이 국내에 들어와 마냥 대기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면서 “이종섭 전 국방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은 인도-태평양지역에서 한·미·일·호주와의 안보협력과 호주에 대한 대규모 방산 수출에 비추어 적임자를 발탁한 정당한 인사”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한 위원장에게 ‘선을 넘지 말라’는 경고성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앞서 한 비대위원장은 지난 17일 기자들과 만나 이 대사 문제와 관련해 “공수처가 즉각 소환하고, 이 대사는 즉각 귀국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언론인 회칼 테러’ 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에 대해서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발언이고, 본인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셔야 한다”며 사실상 자진 사퇴를 압박했다.

여당의 이같은 방침은 서울 등 수도권과 중도층 중심의 여론이 급속히 악화한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여론조사업체인 한국갤럽이 지난 12~14일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조사원 인터뷰 조사 결과(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를 보면 서울 지역 정당지지도는 한주 만에 극적으로 바뀌었다. 민주당은 전주보다 8%p 오른 32%, 국민의힘은 15%p가 급락한 30%를 기록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사진=임형택 기자

한 위원장과 대통령실이 다른 태도를 보이면서 지난 1월 봉합됐던 양측 갈등이 다시 표면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총선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불거진 잡음 때문에 자칫 정부여당이 공멸할까 우려된다”며 “한 위원장이 이번 당정 갈등의 허들을 어떻게 넘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한 위원장은 추가 대응을 자제하며 ‘신중 모드’에 들어간 모습이다. 그는 이날 오전 매일 기자들과 진행하던 출근길 질의응답을 생략했다. 오후에 당사를 나오면서도 질문을 받지 않고 퇴장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당분간 대통령실과 확전을 피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왔다.

국민의힘은 이번 사태가 ‘당정 갈등’으로 번지는 것에 대해선 경계하는 모습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정 갈등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당정 갈등으로 비치는 것보다는 당은 국민들의 민심을 맨 앞에서 느끼고 살피는 조직이기 때문에 저희의 입장과 국민들의 지금 민심을 말씀드린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일각에선 한 위원장의 ‘원맨’ 리더십이 한계에 부딪히기 시작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심을 둘러싼 잡음이 커질수록 한 위원장의 구심력은 약해지고 수직적 당정관계 비판도 고조될 수밖에 없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번 도피 출국 논란은 중대한 악재다. 합리적인 중도·수도권·청년 유권자들이 받아들이기 힘든 사안”이라며 “국민을 잘 납득시키지 못할  경우, 잠잠하던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심판론이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대신 야권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는 조국혁신당의 등장도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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