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세등등’ 조국혁신당…민주당 ‘비례표 손해’에 벌벌

‘기세등등’ 조국혁신당…민주당 ‘비례표 손해’에 벌벌

비례정당 지지율 예상 밖 돌풍
조국혁신당 29.8% 더불어민주연합 17.9%
비례 지지율 업고 야권 전체 파이 ↑
“지민비조 효과, 총선 가까워질수록 줄어들 것”

기사승인 2024-03-21 06:05:02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3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조국혁신당 창당대회에서 당대표 수락 연설을 하며 주먹을 쥐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혁신당이 총선 판도를 뒤흔드는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비례정당 투표 조사에서 지지율 30%를 웃돌며 범야권 비례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을 오차범위 밖에서 제쳤다. 조국혁신당이 주장하는 이른바 ‘지민비조’(지역구 민주당, 비례대표 조국혁신당) 기류가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예상 밖 선전에 민주당의 속내는 복잡해지고 있다.

쿠키뉴스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가 지난 16~18일 전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1008명을 대상으로 ‘비례대표 정당 투표의향’을 물은 결과, 국민의힘 비례정당인 국민의미래를 찍겠다는 응답은 33.6%였다. 이어 조국혁신당 29.8%, 더불어민주연합 17.9%로 조사됐다. 더불어민주연합과 조국혁신당의 지지율 합은 47.7%에 달한다.

주목할 점은 ‘교차투표(크로스보팅·crossvoting)’ 현상이다. 이번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자 중 국민의미래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78.0%, 조국혁신당 지지자 중 조국혁신당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85.8%를 기록하며 대체로 지지 정당과 정당 투표 의향이 일치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민주당 지지자의 경우, 더불어민주연합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45.6%를 기록한 반면 조국혁신당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43.4%로 집계돼 투표 분산 현상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야권 성향의 지지층이 조국혁신당을 민주당의 ‘대안 정당’으로 인식한다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민주당의 셈법은 복잡해지는 모양새다. 현재 민주당은 정권심판론이라는 큰 틀에선 조국혁신당과 연대를 유지하되, ‘더불어 몰빵(지역구도 민주당, 비례대표도 더불어민주연합)’론을 부각하며 견제에 나선 상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전날 강원 유세 현장을 돌며 “민주당이 만든 비례정당을 아는가. 헷갈리면 안 된다. 더불어민주연합”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5일에만 해도 조 대표와 만나 “이번 총선에서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고자 하는 모든 정치세력이 힘을 합쳐야 한다”며 협력을 당부했지만, 2주 만에 경쟁 구도로 전환한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민주당에게 조국혁신당은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너무 가깝게도 멀게도 말라는 뜻)’의 존재다. 조국혁신당이 민주당에서 이탈하려던 야권 지지층을 묶어둬 전체 ‘야권 파이’가 커지는 것은 이점이지만, 민주당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의 위세가 꺾이는 부분은 악재다.

특히 민주당은 비례의석수 손해 가능성에 조국혁신당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조국 대표는 야권의 여타 정치인들보다 두터운 고정 팬덤을 지녔다. 이는 강성 민주당 지지층과도 상당 부분 겹친다. 당내에서 강성 지지층의 표를 조국혁신당에 뺏겨 비례 의석 상당수를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한 이유다. 야권 일각에선 조국혁신당 지지율이 상승세를 이어갈 경우 최대 15석 확보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으로선 비례대표 의석수 확보가 줄수록 지역구를 더 많이 승리해야 하는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연합을 조직한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앞서 “의석수를 확장하는 게 아니라 내부의 갈라 먹기, 제로섬 게임”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국민의힘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윤석열 검사 정권 타도’를 기치로 내건 조국혁신당의 돌풍이 이어질 경우, 야권의 강성 지지층이 결집해 정권심판론이 거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도권 판세에 끼칠 영향이 클 것으로 분석된다. 정치권에선 진보 세력 표가 결집하면서 야권 전체 투표율이 올라가면, 민주당 지역구 득표율도 상승한다는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다. 여권의 수도권 위기감은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다만 ‘지민비조’ 기조가 총선 막바지까지 기세를 이어갈 수 있을 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포착된다. 황태순 평론가는 “이재명 대표가 강력한 견제에 들어가면서 실제 투표 추이에선 현 여론조사 흐름과 상당히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민주당이 1당이 돼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지지자들이 다시 민주당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야권 파이의 한계도 명확한 만큼, 조국혁신당이 민주당이나 제3지대로부터 가져올 표심은 더 이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설문조사는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유선 전화면접(10.3%), 무선 ARS(89.7%)를 병행해 진행됐다. 응답률은 5.5%,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 3.1%p다. 표본 추출은 유무선 전화 RDD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 방식이며 통계보정은 2023년 11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기준 성·연령·지역별 가중값 부여 방식으로 이뤄졌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한길리서치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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