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축구를 이끌 선수”
한국 축구 역사에 남을 손흥민(32⋅토트넘 핫스퍼)이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을 바라보며 건넨 말이다. 이강인이 한 차원 다른 경기력으로 대표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이강인은 26일(이하 한국시간) 오후 9시30분 태국 방콕 라자망갈라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4차전 태국과 원정경기에 선발출전해 1도움을 올리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이강인에 활약 덕에 태국을 3-0으로 완파했다.
이날 4-2-3-1 대형에서 우측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은 이강인은 공격 진영에서 번뜩이는 움직임과 패스를 가져갔다. 경기 초반 태국의 압박을 뚫어내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한국은 이강인의 뛰어난 개인 능력으로 경기를 풀어갔다. 수비진과 미드필더 사이 크게 공간이 벌어졌지만 이강인은 패스 한 방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전반 12분 상대 수비 3명 사이에서 공을 받은 이강인은 절묘한 왼발 힐패스로 순식간에 압박에서 벗어났다. 이강인이 수비수를 다 끌어줬기 때문에 패스를 받은 황인범은 보다 넓은 공간을 활용할 수 있었다.
이강인의 천재성이 가장 돋보인 순간은 선취골 장면이다. 전반 19분 센터 서클 부근에서 공을 잡은 이강인은 감각적인 퍼스트 터치로 상대 압박을 풀었다. 이어 수비 3명 사이로 침투하던 조규성에게 스루 패스를 내줬다. 태국 수비진이 촘촘했기에 패스 길을 보기 쉽지 않았음에도 이강인은 완벽한 강도와 방향으로 킬패스를 찔러 넣었다.
조규성은 1대1 기회에서 침착하게 상대 골키퍼를 제치고 오른발 슈팅을 가져갔다. 슈팅이 느리게 굴러가며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는 듯 보였으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이재성이 공을 골문으로 밀어 넣었다. 이재성의 투지도 빛났지만 앞서 선보인 이강인의 놀라운 패스 한 방이 가장 큰 주역이었다.
전반전 골 기점으로 예열을 마친 이강인은 후반전 들어 손흥민과 완벽한 호흡도 뽐냈다. 후반 9분 중원 지역에서 공격을 전개하던 이강인은 가벼운 드리블로 상대 수비를 끌어당겼다. 이어 수비가 자신에게 온 걸 확인한 후 곧바로 좌측으로 침투하는 손흥민에게 패스를 건넸다. 손흥민은 환상적인 드리블로 수비를 벗겨낸 뒤 태국 골키퍼 가랑이 사이를 노려 골망을 흔들었다.
불화설에 휩싸였던 이강인과 손흥민이 만든 합작골이기에 의미가 더 깊었다. 골이 들어가자, 이강인은 웃으면서 달려가 손흥민에게 안겼다. 도움을 받은 손흥민도 그런 이강인을 밝은 미소로 맞았다.
후반 29분 교체 아웃 전까지 이강인은 중원 볼 소유는 물론, 공격 전개마저 주로 맡아 경기를 풀어갔다. 수비진과 공격진 사이 볼 배급까지 모두 이강인의 몫이었다.
이날 경기를 통해 차기 대표팀 중심은 이강인이란 사실이 다시금 입증됐다. 이강인이 뿌리는 패스는 이미 대표팀 내 최고 수준이다. 탈압박과 공격 전개, 공수 조율 등 다른 부분에도 이강인은 수준급의 기량을 자랑한다. 유럽 최고 클럽 중 하나인 파리 생제르맹이 괜히 영입한 게 아니다.
경기 후 손흥민은 “기술적인 부분이나 축구 재능 등 어떤 면을 보더라도 이강인은 대한민국 축구를 이끌 선수”라고 칭찬하며 이강인이 차기 대표팀 에이스라는 점을 강조했다. 손흥민과 손을 맞잡으며 ‘하극상 논란’의 끝을 알린 이강인이 장차 대표팀의 진정한 에이스로 거듭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영건 기자 dudrjs@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