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O, 韓 정부에 의견 요청…‘전공의 강제노동 여부’ 쟁점

ILO, 韓 정부에 의견 요청…‘전공의 강제노동 여부’ 쟁점

기사승인 2024-03-29 19:08:32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집단행동에 나선 전공의들이 지난달 2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대한전공의협의회 2024년 긴급 임시대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국제노동기구(ILO)가 대한전공의협의회의 개입(Intervention) 요청을 받아들이고 한국 정부에 의견을 청했다. 국제사회가 지켜보는 가운데 정부가 전공의들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것이 강제노동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29일 고용노동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에 따르면 ILO는 전날 정부에게 의견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ILO 제29호 강제노동 협약’을 위반했다며 의견조회를 재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의협이 공개한 ILO 측이 보낸 서신에는 “제기한 문제에 대해 정부 당국에 개입(intervened)했고, 인구통계학적 변화에 따른 의료개혁 분쟁을 사회적 대화를 통해 해결하도록 촉구했음을 확인시켜 드린다”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대전협이 지난 13일 ILO에 의견 조회를 요청했지만 “의견 조회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절차가 종결됐다. 의견 조회 요청 자격을 국내외 대표적인 노사단체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번째 요청에 대해서는 이를 수용했다. 전공의들의 직업적 권익을 대변하는 단체라는 대전협 측의 주장을 감안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고용부는 설명했다.

고용부는 지난 21일 ILO 사무국이 대전협의 의견조회 요청 자격 자체가 없음을 통보하고 종결 처리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그러나 ILO가 대전협의 요청을 받아들이고 한국 정부에 서신을 보낸 것이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분통을 터뜨렸다. 의협 신임 회장으로 선출된 임현택 당선인은 29일 기자회견을 통해 “전체 내용을 국민한테 공개를 하지 않고 종결이 됐다고 국가기관이 발표를 한 건 명백한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이를 결정한 결정권자에 대해 국민이 분명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대한의사협회가 공개한 국제노동기구(ILO)의 서신. 대한전공의협의회의 개입(Intervention) 요청을 받아들여 한국 정부에 의견을 청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대한의사협회

의협 “사직 금지, 강제노역” vs 고용부 “적용 제외 요건 해당”

쟁점은 정부의 업무개시명령과 사직서 수리 금지가 강제노동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의료계는 ILO 29조 협약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정부는 적용 제외 요건에 해당한다고 맞서고 있다.

한국 정부가 지난 2021년 4월 비준한 ILO 협약의 29조는 모든 형태의 강제 노동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국민들의 생존이나 안녕을 위태롭게 하는 상황이나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강제노동 적용 제외를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의료계는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강제 노동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임 당선인은 “정부가 사직 금지 명령을 내린 건 부당하다”며 “대한민국 국민은 본인이 하기 싫은 일에 대해 하지 않을 의사가 분명히 있을 때 사직할 권리가 있다. 이는 헌법상에서도 보장하는 부분이며 ILO 29조에도 규정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ILO의 의견 조회를 증거자료로 위헌 소송을 진행할 생각”이라면서 “정부의 위법적인 사직금지 명령 등으로 인해 대학병원조차 도산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피해를 보았으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이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고용부는 29일 보도자료를 내고 “강제노동의 적용 제외 요건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의료서비스 중단은 국민의 생존과 안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로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은 국민의 건강과 생존을 보장하기 위한 정당한 조치”라고 밝혔다.

이어 “대전협의 ILO 의견 조회 요청의 내용이 정부에 전달되면,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국민의 생존과 안녕을 보장하기 위한 불가피하고도 정당한 조치였음을 ILO 사무국에 적극적으로 설명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ILO의 의견 조회 결정이 공식절차가 아니기 때문에 강제성이 없다고도 밝혔다. 고용부는 “ILO 사무국은 의견 조회(Intervention) 요청이 접수되면 해당 정부에 의견을 요청하고 권고 등 후속조치 없이 정부 의견을 해당 노사단체에 전달한 후 종결한다”며 “의견전달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절차 취지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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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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