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의도 진료 축소…“실적 하락 우려” 갑갑한 제약업계

개원의도 진료 축소…“실적 하락 우려” 갑갑한 제약업계

대형병원 운영난에 제약 매출도 타격
개원가마저 ‘주 40시간 진료’ 표명
“진료상황 주시하면서 대처 방안 고민”

기사승인 2024-04-02 14:00:08
서울의 한 대형병원. 사진=곽경근 대기자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방침에 반발한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이달부터 개원의까지 진료 축소에 나섰다. 제약업계는 진료, 수술 축소로 인한 의약품 매출 하락을 우려하며 애를 끓이고 있다.

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잇따른 전공의와 의대교수의 집단사직으로 인해 환자 진료·수술 건수가 줄어들며 항암제, 주사제, 수술 재료, 수액 등 병원 의약품 매출이 떨어지고 있다. 업계는 대학병원 중심의 영업·마케팅을 종합병원이나 개원가로 전환해 실적 개선에 나섰지만, 개원의들마저 진료 축소에 동참하겠다고 밝히면서 매출 회복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측됐다. 

전문의약품 매출 비중이 높은 A제약사 관계자는 “전공의 집단행동 이후 일부 대학병원은 병상 가동률이 절반 정도로 떨어져 적자 폭이 커진 상황”이라며 “영업직들은 병원 출입도 못한 채 눈치만 보고 있고, 추가 계약이나 신약 홍보 등을 위한 영업이 불가능해졌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나마 개원가가 매출 확보에 있어 유일한 희망이었는데, 집단행동이 장기화되면서 개원가 역시 분위기가 좋지 않게 흘러가고 있다”며 “당장 체감되는 매출 영향은 적지만 개원의의 진료 축소 동참이 늘면 업계 피해가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달 25일 전국 40개 의대가 모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가 주 52시간만 근무하며 외래·수술 등을 줄이기로 한 이후, 대한의사협회는 개원의도 4월부터 주 40시간 진료만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대학병원의 경우 전공의와 의대 교수가 현장을 떠난 뒤 수술이 연기되는 사례 등이 속출하면서 입원 환자가 급감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일반병동 56개 중 9개를, 서울성모병원은 19개 중 2개, 서울대병원은 10개의 병동을 폐쇄했다. 병원은 불어나는 적자를 감당하고자 병동을 통합하거나 직원들의 무급휴가를 권장하고 있다. 

병원이 허리띠를 졸라매자 당장 제약사들의 영업도 차질의 연속이다. 서울아산병원은 주요 국내·외 제약사들에 ‘제약회사 영업사원의 병원 방문 자제 안내 건’을 제목으로 메일을 송부하기도 했다. 서울대병원은 거래 중인 의약품 유통업체들에게 대금 결제 기간을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변경한다고 통보한 실정이다. 

B다국적제약사 관계자는 “지금 영업사원들이 할 수 있는 게 극히 제한적이라 의사 눈치를 보며 몸을 사린다”며 “영업직의 방문을 막는 병원이 아직 많지 않지만 제품 판매를 늘리거나 신규 제품을 소개할 시기는 아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정부가 의사와 영업사원 사이에서 빚어지는 리베이트에 대한 신고를 강화하겠다는 지침을 병원에 일제히 배포하면서 사실상 ‘을’인 제약사의 입장이 더 난처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C제약사 관계자는 “의대 증원 이슈로 인해 피해를 보더라도 업체들은 병원 눈치를 보며 실적 하락을 감수해야 한다”며 “업체들은 병원별 진료 상황을 주시하면서 대처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한 의약품 판매 비중이 높은 D제약사 관계자도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하루 빨리 마무리되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의대 교수와 개원의의 진료 축소 표명에 병원별 비상진료체계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공중보건의 추가 파견, 진료지원 간호인력 교육 수당 지원 등을 시행한다. 정부는 병원 경영 유지를 위해 월 1882억원 규모의 건강보험 지원도 약속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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