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력 잃은 ‘조카 박철완의 난’…금호석화 기업가치 훼손 우려

동력 잃은 ‘조카 박철완의 난’…금호석화 기업가치 훼손 우려

세 번째 ‘조카의 난’도 실패…떨어지는 표심
그룹 ‘형제의 난’ 이후 2019년부터 사측과 대립
“불황 속 이젠 경영 분쟁 자제할 때” 목소리

기사승인 2024-04-09 12:30:18
지난달 22일 열린 금호석유화학 제47기 정기주주총회. 금호석유화학 

벌써 세 번째인 ‘조카의 난’이 실패로 막을 내린 가운데, 불황 속 금호석유화학(이하 금호석화)의 기업가치 훼손이 우려된다는 여론이 나온다.

9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열린 금호석화 제47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박찬구 금호석화그룹 회장의 조카이자 개인 최대주주(9.1%)인 박철완 전 상무 측이 제안한 ‘주주제안’이 모두 실패로 끝났다.

박 전 상무로부터 권리를 위임받은 행동주의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이사회 결의 없이 주총 결의만으로 자사주를 소각할 수 있는 정관 변경과, 올해 말까지 자사주의 50%를 소각한 뒤 내년 말까지 나머지 50%를 전량 소각하는 주주제안을 했지만 다소 큰 찬성률 차이로 모두 부결됐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과 2대주주 국민연금(지난해 말 기준 9.08%) 등도 모두 주주제안에 반대 입장을 보였다.

박 전 상무는 앞서 2021년과 2022년에도 금호석화를 상대로 주주제안을 내며 반대의 입장에서 대립해 왔다. 2021년에는 자신을 사내이사, 측근들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주주제안을 냈으나 모두 부결됐고 이후 회사에서 물러났다.

이듬해인 2022년에는 사외이사 선임의 건·감사위원 선임의 건 등을 제안했지만, 이 역시도 국민연금과 소액주주의 사측 지지로 또다시 무산됐다. 이후 올해는 행동주의펀드와 연대해 사측과 대립한 것이다.

재계에서는 박 전 상무의 이러한 주주제안 행보가, 그가 승계에서 멀어지게 된 그룹의 역사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박 전 상무의 아버지인 고(故) 박정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2002년 작고한 이후 그룹이 이른바 ‘형제의 난’을 거쳐 금호아시아나그룹(박삼구 회장)과 금호석유화학그룹(박찬구 회장)으로 나눠진 가운데, 박 전 상무는 2010년 금호석화에 둥지를 틀게 됐다.

그러나 박 전 상무 측은 꾸준히 처우·급여 등에 불만을 제기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2019년 주총에서 삼촌인 박찬구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에 반기를 들었다.

사측은 이듬해인 2020년 임원인사에서 박찬구 회장의 아들이자 박 전 상무의 동갑내기 사촌인 박준경 사장(당시 상무)을 전무로 승진시켰다. 이후 박 전 상무는 주주제안 등을 통해 사측과 대립각을 세웠다.

재계 한 관계자는 “세 차례의 주주제안이 사실상 경영권 분쟁 및 흔들기라는 분석이 안팎에서 나오는 가운데, 석유화학업계는 불황을 지속하고 있다”면서 “주주제안이 잇따라 실패하는 원인이 무엇인지 살펴야 하고, 녹록지 않은 경제상황 속에서 진정으로 회사를 위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 전 상무를 향한 소액주주의 표심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사측에 따르면, 올해 보통주 기준 박 전 상무와 차파트너스 지분 약 10%를 제외한 일반주주의 주주제안 찬성률은 약 4% 수준이며, 정관 일부 변경의 건은 2022년 당시 최다 득표 안건 찬성률과 비교하면 3%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박 전 상무는 한동안 주주제안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올해 주총이 끝난 후 입장문을 통해 “앞으로도 금호석유화학의 성장 및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를 통해 주주가치를 높이는 노력을 모든 소액주주들과 함께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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