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관리 앱’ 둘러싼 환자단체 갈등 들여다보니

‘당뇨 관리 앱’ 둘러싼 환자단체 갈등 들여다보니

‘저혈당 방지’ 오픈소스 앱 사용 두고 대립
시민연대 “허가 없이 데이터 무단 이용”
환우회 “10년 이상 검증하며 안전 입증”

기사승인 2024-04-10 12:00:06
‘당뇨병 환우와 함께하는 시민연대’가 지난 3월19일 식품의약품안전처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항의시위를 하고 있다. 당뇨병 환우와 함께하는 시민연대


‘당뇨 관리’ 어플리케이션을 사이에 두고 관련 환자단체 간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9일 쿠키뉴스 취재에 따르면 ‘당뇨병 환우와 함께하는 시민연대’(이하 시민연대)는 최근 인슐린 펌프 ‘디아콘 G8’의 제조사인 G2E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경찰서에 고발했다. ‘한국 1형 당뇨병 환우회’(이하 환우회)는 시민연대의 주장에 반발하며 탄원서를 냈다. 

시민연대가 문제로 지목한 G2E의 어플리케이션(APP·이하 앱)은 혈당 측정값을 실시간으로 수집해 자동으로 인슐린 펌프(주입) 기기를 조절한다. 저혈당을 막는 기능이다. G2E는 덱스콤 등 6개 기업의 연속혈당측정 데이터를 기기와 연동하고 있으며, 누구나 이용 가능한 오픈 소스 앱 형식으로 환자들에게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정식 허가를 받은 앱은 아니다.  

시민연대는 “G2E는 국내에서 정식 허가를 받지 않은 채 6종의 앱을 배포하고 있다”며 “덱스콤과 계약이나 허가 없이 무단으로 데이터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잘못된 데이터 연동으로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라며 “환자에게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G2E 제품의 승인을 취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연대는 또 “사이버 보안 위험성과 정보통신망법 위반임을 알면서도 사용하는 환자 역시 위법자”라고 짚었다. 

환우회의 입장은 다르다. 해당 오픈 소스 앱은 기업과 1형 당뇨 환자들이 직접 개발한 앱으로, 데이터만 연동하고 수치를 변경하거나 제어하지 않기 때문에 건강상 전혀 문제 될 게 없다는 설명이다. 실사용자들이 모여 10년 이상 수차례의 검증 단계를 거치기도 했다고 했다. 

환우회 관계자는 “1형 당뇨병 환자의 급성 합병증인 저혈당 쇼크를 방지하는 좋은 기능의 앱인데, 시민연대가 이를 없애려 한다”며 “2형 당뇨 환우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시민연대는 이 앱을 쓰지도 않으면서 왜 삭제를 요청하는 지 알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에서는 환자 주도로 만들어진 오픈 소스 앱을 기반으로 한 인공췌장시스템이 비영리기관을 통해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은 사례도 있다”며 “기업과 학회가 이를 인정하고 연구개발에 활용하거나 논문을 쓰기도 한다”고 부연했다. 환우회 관계자는 “지난해 개인정보보호법이 개정되면서 자신의 의료 데이터를 3자에게 전송할 권한이 생겼다”면서 “앱의 사용 여부를 정보 주체인 환자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식약처는 지난달 시민연대가 관련 민원을 제기한 데 대해 “의료기기 법령에는 제조사가 다른 의료기기를 호환해 사용하는 경우 회사 간 파트너십에 관한 사항은 규정돼 있지 않다”고 답했다. 또 “덱스콤, 애보트 등 상대 측 회사에서도 타사 의료기기와 호환되는 것에 대해 제한하고 있는 문구는 없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오는 12일 시민연대와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G2E 측은 시민연대의 문제 제기 이후 앱 6종에 대한 제공을 중단하겠다고 환우회에 공지했다. 환우회는 중단을 막기 위해 환자 600여명의 탄원서를 받아 식약처와 경찰서에 넘겼다.


지난 2018년 11월 ‘당뇨병 인슐린 펌프 치료 환우회’가 보건복지부 앞에서 “2형 당뇨병 환자에게도 연속혈당측정시스템을 적용해 달라”며 시위를 벌였다. 당뇨병 인슐린 펌프 치료 환우회 


“시민연대, 경쟁사 제거 목적 유령단체” 


환우회는 탄원서에서 시민연대가 ‘특정 기업의 배후’라며 환자단체로서의 정체성이 의심스럽다고 표했다. 경쟁사를 없애기 위해 허가 취소, 행정 처분 등을 전개하는 단체라는 것이다.  

환우회는 “시민연대의 시위와 민원에 대한 기사가 나자 환우회 대표들은 들어보거나 접한 적이 없는 단체라며 이들의 정체성에 대해 우리 환우회에 물어왔다”면서 “인슐린 펌프 회사에 대한 시위활동 외 그 어떤 활동도 조회되지 않으며 공식 홈페이지나 커뮤니티가 없는 단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환자단체가 맞다면 민원과 소송을 하기 전에 앱을 사용하는 환자들의 의견을 듣고 그들에게 피해가 없는지 확인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환우회에 따르면 시민연대는 지난 2018년 ‘당뇨병 인슐린 펌프 치료 환우회’란 이름으로 설립됐다. 설립엔 인슐린 펌프 A업체 대표 등이 참여했다. 해당 업체 대표는 국내 인슐린 펌프 시장을 독점하기 위해 악성 민원과 시위, 고소 등을 이어가며 경쟁사와 환자단체를 압박해왔다는 게 환우회 측의 주장이다.

한 의료기기 기업의 관계자는 “의료기기 기업과 환자단체 간 교류가 많은 편인데 지금껏 시민연대와는 인연이 닿은 적이 없다”면서 “A업체와 연관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은 바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준형 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우리는 이름 그대로 시민연대이기 때문에 뜻을 같이 한 여러 당뇨병 관련 단체들이 모여 이룬 모임”이라며 “언론 검색만 해도 충분히 열심히 활동해 온 모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이 사무국장은 “우리는 악의를 가지고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려는 것이 아니라 안전한 의료기기 사용을 도모하려는 것 뿐”이라며 환우회 측 주장에 선을 그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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