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테슬라’에 2차전지株 동반 ‘내림세’…“버블의 영역”

‘무너진 테슬라’에 2차전지株 동반 ‘내림세’…“버블의 영역”

테슬라 주가, 올해 들어 30%↓…글로벌 전기차 업황 부진 영향
국내 2차전지 관련주도 ‘일제히 하락’, 실적 악화 전망 우세
“관련 업체 고 밸류에이션, 정당화 어려워”

기사승인 2024-04-10 06:00:18
쿠키뉴스DB

테슬라 주가가 올해 들어 부진을 면치 못 하고 있다. 전기차·배터리 산업을 선도하는 테슬라의 부진은 국내 2차전지 관련주들의 동반 하락세를 불러오는 상황. 증권가에서는 국내 2차전지 종목들이 버블의 영역에 들어섰다는 진단과 함께 투자 주의를 요하고 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차전지 대장주로 분류되는 에코프로 주가는 주식 액면 분할에 따른 거래정지에 앞서 지난 8일 51만7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 1월2일 종가인 63만8000원 대비 18.96% 떨어진 수준이다. 에코프로 주가는 지난해 개인투자자들의 지지세에 153만9000원까지 치솟았던 종목이다. 

같은 기간 에코프로머티와 포스코DX도 각각 41.175, 34.26% 내려갔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LG에너지솔루션 역시 13.15% 하락했으며, 포스코퓨처엠, 엘앤에프, POSCO홀딩스도 각각 20%, 18.24%, 17.41% 줄었다.

이같은 2차전지 관련주들의 부진은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가 장기화한 영향이다. 시장조사업체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는 올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전년 대비 21%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률은 지난 2021년 103%에서 2022년 61%, 2023년 33%로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는 테슬라의 실적 부진에서 드러난다. 테슬라는 지난 2일 올 1분기(1~3월) 인도량(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약 8% 감소한 38만6810대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이 예상한 평균 44만9000대를 크게 하회한 어닝 쇼크의 실적이다. 

이에 따라 테슬라 주가는 지난 8일(현지시간) 종가 기준 172.98달러로 올해 초 248.42달러 대비 30.36% 급락했다. 여기에 월가에서는 줄줄이 테슬라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JP모건은 테슬라의 목표주가를 기존 130달러에서 115달러로 낮췄다. HSBC는 143달러에서 138달러로 조정했다. 구겐하임증권도 132달러에서 122달러로 눈높이를 내렸다.

권준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테슬라의 1분기 인도량이 시장 기대치를 하회하면서 그동안의 수요 둔화 우려가 현실화함에 따라 시장 기대치가 한층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금리 인하 시점 지연 가능성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임기 첫날 전기차 보조금 폐기 발언도 부정적 전망을 확산시키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테슬라 주당 가치가 14달러에 불과하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는 지난 8일 종가인 172.98달러 대비 91.90% 급락한 수치다. 지난 2020년부터 테슬라 주식을 공매도한 헤지펀드 매니저 퍼 르캔더는 테슬라의 주당 적정 가격을 14달러로 제시했다. 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테슬라의 1분기 인도량이 기대치에 크게 미치지 못한 점을 들면서 “역사상 주식시장의 가장 큰 거품이었던 테슬라의 종말이 진짜로 시작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내 2차전지 관련주들도 이러한 글로벌 수요 둔화의 영향권에 놓여있다. 일례로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1분기 매출액이 6조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 감소했다고 잠정 집계했다. 아울러 영업이익은 무려 75% 급감한 1573억원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2차전지 관련주들에 대한 투자 리스크를 염두해야 한다고 분석한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배터리당 소요량이 줄어드는 하이니켈 양극재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것을 감안해도 한국업체들이 비중국 시장에서 경쟁사 대비 점유율을 큰 폭으로 확대하고 있다는 근거를 찾기 어렵다”며 “한국 양극재 업체들의 고밸류에이션은 정당화되기 어려운 버블의 영역에 있다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낙폭이 과대한 배터리 관련주들에 대한 저가 매수는 유효한 전략으로 판단되나, 업황 둔화 국면에서 주가가 올라 고평가 영역에 있는 종목들은 투자 리스크가 높다”고 덧붙였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 섹터 실적은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 1분기에도 셀, 양극재 등 대부분 외형 감소 및 어닝 쇼크가 예상된다”며 “최근 주요 원재료 가격의 반등에도 불구하고, 큰 폭의 수요 감소로 대부분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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