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경기 불황에도 명품 업계의 가격 인상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꾸준한 매출 성장에도 불구하고 명품업계의 국내 사회공헌 기여도는 낮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명품업계에 따르면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그룹의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펜디(FENDI)가 올해 들어 두 번째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펜디는 국내 주요 인기 제품을 대상으로 5% 안팎으로 가격을 올렸다. 대표 제품으로 ‘피카부 I See U 쁘띠’ 셀러리아 백은 604만원에서 625만원으로 3.5%, ‘피카부 I See U 스몰’ 셀러리아 백은 753만원에서 790만원으로 4.9% 인상됐다.
‘바게트’ 제품은 485만원에서 504만원으로 3.9%, ‘펜디 선샤인 스몰’은 3.3%으로 올랐다. 신발의 경우 ‘콜리브리 라이트 플랫’이 152만원에서 158만원으로 3.9%, ‘펜디 필로 발레리나’ 제품은 111만원에서 115만원으로 3.6% 인상됐다.
이밖에 ‘피카부 마이크로 트리폴드 셀러리아 지갑’은 94만5000원에서 98만원으로 3.7% 올랐다. 펜디의 이번 가격 인상은 지난 1월에 이어 올해만 두 번째다.
대표적인 명품 브랜드인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브랜드도 올해 일제히 가격을 올렸다.
샤넬은 지난달 말 가방 제품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인상률은 6~7% 정도다. 제품 중 인기 제품으로 꼽히는 클래식 플랩백은 최대 7.7% 올랐다.
클래식 플랩백 스몰 사이즈는 1390만원에서 1497만원으로 7.69% 올랐고, 미디움 사이즈는 1450만원에서 1557만원으로 7.7% 뛰었다. 라지 사이즈는 1570만원에서 1678만원으로 6.87% 올랐다.
루이비통도 지난 2월 일부 가방 제품 가격을 기습적으로 올렸다. 대표 제품인 ‘네오노에BB’ 가격은 기존 258만원에서 274만원으로, 불로뉴 제품은 314만원에서 330만원으로 인상했다. 에르메스 역시 지난해부터 의류와 가방, 신발 등 제품 가격을 5~10% 인상했다.
이처럼 명품 업계가 잇따른 가격 인상을 단행하는 이유는 불황에도 명품의 인기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명품업계 한 관계자는 “명품의 경우 해당 브랜드를 선호하는 충성 고객 등의 수요가 꾸준히 있는 편”이라며 “가격 인상에 크게 영향을 받진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요인으로 인해 경기 침체에도 명품 가격 상승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꾸준한 인기몰이를 하며 명품업계는 한국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매출 규모에 비해 기부 금액은 미미해 ‘명품스럽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실제 해외 명품 브랜드들이 지난해 국내에서 1년 전보다 높은 매출을 올렸지만 기부금은 예년보다 줄이거나 저조한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디올’은 지난해 국내에서 1조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지만 기부금은 1920만원에 불과했다. 에르메스의 지난해 기부금은 5억5319만원으로 전년(5억6117만원) 대비 1.4% 줄었다. 루이비통은 2020년 이후 지난해까지 기부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시계 브랜드 롤렉스도 지난해 국내에서 2944억원의 매출을 내고도 100만원만 기부했다.
고가의 수익을 내면서도 사회공헌에는 인색한 명품업계 행보에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는 명품 브랜드들이 기업 가치에 걸맞는 책임감과 요건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명품 업계의 사회 공헌이나 기부 활동을 늘려야 할 필요성이 있다. 사회 활동에 인색한 측면이 많다”면서 “명품 브랜드 가치에 걸맞는 기업 경영이 뒷받침돼야 소비자들도 명품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비자들도 명품 브랜드에 대한 뚜렷한 가치관을 가지고 소비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