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5일 의대 교수들이 집단 사직서를 제출한 지 한 달이 되면서 실질적 사직 효력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전공의와 의료계 단체 간 내홍으로 통일된 의견이 모이지 않아 의과대학 증원 해결 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사직서를 제출했던 의대 교수들이 25일부터 실제 병원을 떠날 수 있다며 정부에게 대화의 장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법에 따르면 고용기간의 약정이 없는 근로자의 경우 사직 의사를 밝힌 뒤 1개월이 지나면 사직의 효력이 생긴다. 즉 대학들이 교수들이 제출한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아도 제출한 지 한 달이 지나면 사직 상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2일 온라인 총회 이후 “병원을 지키고 있는 교수들의 정신적, 육체적 한계와 25일로 예정된 대규모 사직은 현재의 의료붕괴를 가속화할 것”이라며 “정부의 진정성 있는 대화의 장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러나 총선 이후 의료계는 의대증원과 관련해 통일된 의견을 모으지 못한 채 내부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지난 1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1만2000명에 휘둘리는 나라, 전공의를 괴물로 키웠다'는 제목의 기사를 공유했다. 그는 기사 내용 일부 중 “수련병원 교수들은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에게 불이익이 생기면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이들은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착취의 사슬에서 중간관리자 역할을 해왔다” 라는 부분을 짚으며 의대 교수를 향한 비판을 간접적으로 전했다.
이에 일부 의사들은 불쾌하다는 입장을 표출했다.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은 SNS에서 “오늘 하루 종일 박단 전공의 비대위원장이 올린 포스팅 때문에 시끄러웠다”며 “워딩의(이) 부적절하다는 주장과 교수들을 비롯한 일부 의사들이 분노하거나 불쾌해하는 것에 대해 저도 동의한다”고 지적했다.
한 의대 교수는 박 비대위원장의 글에 댓글을 달고 “교수가 중간관리자라는 말은 인정하지만 교수 역시 격무에 시달리고 있으며 연구 진료 교육을 세계 어느 나라 못지않게 수행하느라 노력 중”이라며 “전공의를 가르치고 좋은 수련환경으로 변화시켜가는데 의식과 실천이 부족한 측면은 있지만 대치점에 두고 가르려는 느낌을 주는 것은 마음이 별로 좋지 않다”고 전했다.
이 같은 사례 외에도 박 비대위원장은 의협 비대위, 특히 임현택 의협 차기 회장과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 7일 의협 비대위가 전의협에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의대 증원과 관련해 통일된 의견을 모으자고 제시한 것에 대해 ‘합의할 맘이 없다’며 거절한 바 있다.
또한 박 비대위원장은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과 독대하면서 의료계와 일부 전공의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를 두고 임 차기 회장은 “내부의 적” “아무리 가르쳐도 이해하지 못한다” 등의 표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또한 임 차기 회장은 비대위 탄핵을 언급하기도 했다.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임 신임 회장이 5월 임기 시작 전 의협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는 공문을 지난 8일 의협 측에 제출했다. 인수위원회는 “비대위 운영 과정에서 당선인(임현택 차기 회장)의 뜻과 배치되는 의사 결정과 대외 의견 표명이 여러 차례 이뤄졌고 이로 인한 극심한 내외의 혼선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정부측은 의대증원 해결 논의와 관련해 “의료계의 통일된 의견을 달라”고 주장해 온 만큼, 의대교수 대규모 사직을 앞두고 의료계 내부 갈등 해결이 선결 과제로 제시된다. 의협 비대위는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제8차 회의를 개최해 의협 내부 갈증 문제를 논의할 방침이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