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후 쓰레기산…알지만 끊을 수 없는 애증의 현수막 [지구on난항①]

총선 후 쓰레기산…알지만 끊을 수 없는 애증의 현수막 [지구on난항①]

재활용률 20~30%...온실가스 배출 소나무 1그루 수준
행정안전부·환경부, 지자체에 국비 15억원 지원 재활용 독려

기사승인 2024-04-18 11:00:02
제22대 총선 선거 현수막. 쿠키뉴스 자료사진 

길거리 곳곳에서 쉽게 눈에 띄는 현수막은 색상도, 내용도 각양각색이다. 오프라인 마케팅 방법의 하나로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큰 효과를 가진 만큼, 선거철이나 분양 시기 수많은 현수막이 쏟아진다. 문제는 우후죽순 쏟아지는 불법 현수막, 홍보 기한이 다 됐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현수막이 셀 수 없이 많다는 점이다. 기후 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사용된 현수막 처리에 지자체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돈 들여 만들고, 돈 들여 없앤다…현수막의 운명

현수막은 선거운동, 기업 홍보, 정부·지자체 정책 알리기 등에 빼놓을 수 없는 감초 역할을 하는 만큼 마케팅 입장에선 버릴 수 없는 패다. 더 많은 사람에게, 특히 디지털 약자에게도 명확히 정보를 전달하는데도 효과적이다. 17일 쿠키뉴스와 만난 한 여론조사기관 대표 김모씨는 “온라인 시스템에 잘 돼 있는 사회지만 온라인 정보를 스스로 찾기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며 “현수막은 주민 대상 정책 설명회나 간담회를 할 때 지역민에게 정보를 알리는 역할해 지자체에서 선호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수도권 한 의원실 관계자는 “선거 투표 연령층이 다양한 만큼, 여러 방식으로 선거운동을 한다. 선거 현수막은 전통적인 선거 방식 중 하나”라며 “다른 의원들은 다 하는데 우리만 안 할 수 없지 않나. 환경 문제 때문에 법적으로 현수막을 하지 않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자체마다 현수막 게시대를 마련해 뒀지만 한정적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불법 현수막이 난립한다.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 지자체의 허가를 받지 않고 ‘게릴라식’ 불법 현수막을 설치해주는 업체도 온라인 사이트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불법 현수막을 게시할 경우 5㎡ 기준 한 장당 32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불법 현수막을 수거해도 금세 다른 현수막이 걸린다고 한다.

서울 한 자치구 관계자는 불법 현수막 광고물과 관련해 “수거하면 다시 붙이고를 반복한다”며 “최대 과태료가 500만원이라는 기준을 아는 업체들, 특히 분양업자들은 과태료를 내면서도 현수막을 내건다. (구청 권한은) 행정처분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불법 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수 분만에 수거된 불법 현수막들은 산업폐기물로 전락해 쌓인다.

현수막 업사이클링기업 ‘녹색발전소’로 수거된 현수막. 사진=임지혜 기자

온실가스 수만t, 현수막 한 장에 나무 한 그루 꼴

플라스틱 합성섬유로 만들어진 현수막은 땅에 묻어도 썩지 않고 소각하면 다량의 온실가스와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을 배출한다. 지난해 6월 발표된 국회입법조사처의 ‘정당 현수막 현황과 개선방안’에 따르면 지난 2021년까지 최근 5년간 행정안전부에 신고된 현수막은 약 630만건으로, 연평균 약 125만건에 이른다.

옥외광고물법(2022년 12월 개정) 시행 전 비교적 자유롭게 게시되고 버려진 선거용 현수막을 살펴보면, 지난 2018년 7대 지방선거부터 2022년 8대 지방선거까지 다섯 번의 선거 동안 1만3986t에 달한다. 재활용률은 20~30%에 그쳤다. 나머지는 대부분 소각처리되는 것이다. 지난 10일 22대 총선으로 발생한 폐현수막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전국에서 모인 폐현수막 260만장을 넘길 것으로 추정된다. 환경부와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1월 말부터 2월 말까지 규정 위반으로 지자체가 정비한 정당 현수막만 1만3082장에 달했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에 따르면 10㎡ 크기의 현수막 1장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6.28㎏ CO2e다. 연간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6.6kgCO₂로 알려진 30년생 소나무 1그루와 맞먹는다.

녹색발전소에서 장바구니로 재탄생한 현수막. 사진=임지혜 기자 

지자체, 장바구니·고체연료로 재활용…생분해 소재 현수막 제작도


기후 위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정부·지자체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행정안전부와 환경부는 이번 총선에서 쓰인 현수막을 재활용하기 위해 국비 15억원을 지자체에 지원하기로 했다.

서울시도 각 자치구가 현수막을 수거해 자체적으로 처리하거나 보관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에 따르면 구는 녹색발전소와 손잡고 사용된 현수막을 장바구니 등으로 재활용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금천구 역시 수거된 현수막을 보관해 재활용을 요청하는 이들에게 배포하고 있다. 동작구는 지난 2022년부터 해온 폐현수막 무상 지원을 올해 중지했다. 동작구 관계자는 “무상 지원이 아닌 재활용을 하려고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자치구 실정에 따라 장바구니를 만들어 재활용하거나 고형연료(SRF)로 사용하기도 한다. 다만 사정에 따라 재활용을 하지 못하고 있는 자치구도 있다”며 “시는 장바구니 만들기 등 기존의 사업은 꾸준히 진행 중이며, 재활용 업체들과도 협력하고 있다. 또한 현수막 원사(실)를 재사용할 방법을 찾는 연구도 하는 등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친환경 소재로 제작해 생분해가 가능한 현수막을 제작하기도 한다. 경남 통영시는 최근 현수막 업사이클링기업 ‘녹색발전소’에 친환경 소재 현수막으로 장바구니 제작을 주문했다. 통영시 관계자는 “장바구니는 사람들이 손으로 만지는 제품인 만큼 친환경 소재로 제작한 현수막으로 제품을 의뢰했다”며 “친환경 소재로 땅에 묻으면 생분해되지만, 더 쓰임 있게 사용되는 것이 좋은 재활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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