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는 원룸에만 살라는 건가요?”
지난 2일 정부 공공임대주택에 지원한 최민경(28‧가명)씨는 40㎡(단독 세대주) 면적 제한에 한숨 쉬었다. 단독 세대주면 약 12평 이내 원룸만 지원 가능하기 때문이다. 방 한 칸에만 거주해야 하던 1인가구 주거 면적은 더 좁아졌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공공임대에서 세대원 수에 따라 주택 면적을 제한하는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규칙’을 발표했다.
시행규칙에 따르면 공공임대 주택 입주자를 모집 시 1인 가구에는 전용 35㎡, 2명은 44㎡, 3명은 50㎡가 상한으로 공급되고 4명부터는 44㎡ 초과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
기존 1인가구 공급 면적 상한선을 낮추고 2~4인가구 면적 규정이 신설됐다. 이러한 시행규칙은 지난달 25일부터 시행됐다. 이 규정은 영구·국민·행복주택에 적용된다.
1인 가구는 면적 제한에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규정한 1인가구 공급면적 35㎡는 10.58평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19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 4일부터 공개된 ‘임대주택 면적 제한 폐지에 관한 청원’은 이날 오후 6시 기준 2만4827명이 동의했다. 지난달 25일부터 시행된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 공포안 내용 중 영구·국민임대, 행복주택에 대해 세대원 수별 적정면적 기준을 규정한 것을 철회해달라는 게 골자다.
청원자 노모씨는 “저출산 대책 후속 조치로서 임대주택의 면적을 제한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라며 “영구, 국민, 행복주택 공급 시 세대원 수에 따라 공급할 수 있는 적정 면적을 규정한 표에서 세대원 수별 규정된 면적이 너무 좁게 산정됐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자녀 수에 따른 가점이 이미 존재하는데 면적 기준 변경은 삼중 특혜로 지나치게 과도하다”라고 꼬집었다.
특히 1인가구 공공임대 청약 시 20형대보다 넓은 30형에 수요가 몰려있다. 최근 모집한 경기도 고양시 국민임대 예비입주자 모집 결과를 보면 고양 삼송에 위치한 한 아파트는 26형 30호수 모집에 85명이 신청해 청약률 283%를 달성했다.
그러나 1인가구 신청 최대 면적인 36형은 30명 모집에 270명이 몰려 청약률 900%를 기록했다. 또 다른 아파트에서도 26형은 30명 모집에 193명이 신청 청약률 643%였으나, 37형은 742명이 몰려 청약률 2473%로 3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매년 ‘1인 가구’느는데…갈 곳이 없다
1인 가구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 3명 중 1명은 1인 가구로 조사됐다.
지난 17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3 가족실태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는 지난 조사가 실시된 2020년 30.4%에서 33.6%로 증가했다. 자녀나 부모와 함께 살지 않고 ‘부부’ 등이 사는 1세대 가구도 같은 기간 22.8%에서 25.1%로 늘었다.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지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1인가구는 2010년 15.8%, 2015년 21.3%에서 2020년 30%를 넘기고 올해에는 전체 가구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1인가구는 정부의 면적 제한은 퇴보하는 정책으로 결혼과 더 멀어졌다고 토로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국민 공공 민간 임대아파트’에는 1인가구 면적 제한에 대해 비판하는 글이 쏟아졌다.
한 누리꾼은 “1인가구 삶이 나아져야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싶은 것 아니겠냐”라며 “30형대에 수요가 몰리니 제한을 두겠다는 건 돈 없는 사람은 닭장에 살라는 말밖에 안 된다”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누리꾼도 “1인가구는 좁은 평수에서 숨만 쉬고 살아야 하냐”라며 “저출생 고령화에 대한 정책이 아닌 결혼도 하지 말고 자녀도 낳지 말라는 의도로 보인다”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는 해당 정책은 청년세대가 바라본 입장이 극명하게 갈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재은 국무조정실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위원은 “저출생 대책 조치로 설정해 제한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하기 위한 전략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자녀가 있는 청년들에게는 희망이 될 수 있지만 1인가구를 지향하는 청년들에게는 환영받기 어려운 뚜렷하게 상반된 견해가 발생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이어 “청년들은 생애주기별로 다양한 견해와 기치관을 가지고 있어 다양한 청년들의 목소리를 더 수렴하고 사례나 보완해야 하는 점들을 지속적해서 모니터링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논란이 지속되자 1~2인 가구의 넓은 주택 입주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국토부는 19일 설명자료를 통해 “혼인‧출산가구가 자녀 양육 등에 불편이 없도록 넓은 주택에 입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1인가구 등의 넓은 면적 입주를 배제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신규 입주신청자의 경우 단지 내 세대원수에 맞는 면적의 주택이 15%미만일 때 1인가구도 넓은 면적 주택에 입주 가능하다”라고 덧붙였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