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의가 다른 병원 진료?…“현실성 없다”

개원의가 다른 병원 진료?…“현실성 없다”

심평원 신고만 하면 가능…의료법 완화
개원가 “추가 근무 나설지 의문”

기사승인 2024-04-22 15:59:12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장의 승인이 없어도 개원의가 다른 병원에서 진료가 가능하도록 허용한 가운데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지자체장의 승인 절차 없이 개원의가 타 병원의 진료를 지원할 수 있고, 병원 소속 의료인이 의료기관 외에서 진료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0일 보건의료 재난 위기 ‘심각’ 단계 기간 동안 지자체장의 승인 하에 개원의가 수련병원 진료를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수련병원 소속 의료인이 의료기관 외에서 진료하는 것을 허용하는 등 의료법상 제한을 완화했다. 하지만 지자체장의 승인을 거치도록 하고 있어 현장 적용에 어려움이 있고, 적용 대상을 수련병원뿐 아니라 일반병원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에 정부는 복지부 장관이 규제 완화를 일괄 인정해 지자체장의 승인 절차를 생략하고, 대상 기관을 수련병원에서 일반 병원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박 차관은 “개원의가 타 병원의 진료를 지원하는 경우 해당 병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인력 신고만 하면 된다”며 “이번 조치는 오늘부터 즉시 시행되며, 보건의료 재난 위기 심각 단계 기간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작 개원가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대한의사협회가 주 40시간 진료를 선언한 상태에서 개원의들이 다른 병원에서 추가 근무에 나설지는 의문이다. 손발이 맞지 않는 의료진과 진료하는 게 쉽지 않고, 시스템도 병원마다 다를 뿐더러 혹시 모를 사고 위험을 감수하기엔 수지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개인 병원의 운영 차질을 감수하고 다른 병원 진료에 나설 개원의는 많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개원 산부인과 전문의는 “정부는 현실성이 너무 없다. 대학병원이 어려우니 개원의를 끌어다 쓰겠단 발상인데 웃기다”며 “동네 의사들도 야간·주말진료 하면서 단골 환자를 잃지 않기 위해 힘들게 병원을 운영한다. 자기 병원도 아닌데 다른 곳 가서 진료·수술할 의사가 과연 몇이나 될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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