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회담 의제 놓고 ‘기싸움’…사실상 주도권 줄다리기

영수회담 의제 놓고 ‘기싸움’…사실상 주도권 줄다리기

2차 실무회동서 의제·일정 합의 불발
영수회담 尹은 ‘쇄신 메시지’ 李는 ‘리더십 증명’
정치적 의미 커…의제 선점 두고 주도권 다툼

기사승인 2024-04-25 21:29:53
윤석열 대통령. 쿠키뉴스 자료사진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 회담이 사전 조율 단계부터 삐걱거리는 모양새다. 총선 직후 열리는 영수 회담은 윤 대통령과 이 대표에게 정치적 의미가 있는 만큼 의제 선점을 둘러싼 주도권 싸움이 팽팽하게 이어지고 있다. 

25일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영수 회담을 위한 2차 실무 회동이 진행됐지만 ‘빈손’으로 마무리됐다. 이날 회동에서 회담 의제와 일정 등을 협상하기로 했지만 끝내 결론을 내지 못했다.

영수 회담 ‘의제’ 설정을 두고 양측은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천준호 민주당 당대표 비서실장은 이날 준비 회동을 직후 “민주당이 제시한 의제에 대해 대통령실에서 검토 결과를 구체적으로 제출하지 않았다”며 “성과가 있는 회담이 되도록 대통령실이 검토 의견을 제시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같은 날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2차 회동에서 사전 의제 조율 없이 자유로운 형식의 회담을 가능한 빠르게 개최하자고 제안했다”며 “(윤 대통령은) 야당 대표를 만나 형식이나 조건에 구애받지 않고 국정 전반에 대해 폭 넓고 다양한 대화를 원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앞서 지난 23일 열린 1차 회동에서 영수 회담 의제로 윤 대통령에게 △지난 국정 운영에 대한 대국민 사과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 자제 △채상병 특검법 수용 △민생회복지원금을 위한 13조원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영수회담 의제를 둘러싸고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는 이유는 이번 회담이 양측 모두에게 상당한 정치적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이번 영수 회담은 윤 대통령의 ‘쇄신’ 메시지와 관련 있다. 윤 대통령은 총선 직후 집권 여당의 패배와 관련해 “총선에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고 경제와 민생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민생 안정을 위해 필요한 예산과 법안은 국회에 잘 설명하고, 더 많이 소통해야 한다. 국회와도 긴밀하게 더욱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번 영수 회담은 윤 대통령의 자성의 메시지이자 협치 의지를 드러내는 상징적인 이벤트인 셈이다.

반대로 이 대표에게는 ‘정국 주도권’을 확실히 할 수 있는 기회다. 의제 선점으로 제1당 수장 리더십을 다시 한번 증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현재 ‘민생 법안’으로 중도층을 끌어당기고, ‘특검’을 내세워 대여 공세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이 ‘총선 민심’을 앞세워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만큼, 윤 대통령은 무조건 반대만 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은 장기화고 있는 영수 회담 의제 논쟁에 대해 “민주당이 정쟁을 하고 있다”며 “의제와 관련해 많은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영수 회담을 이 시점에 하는 취지나 국민적 기대라는 관점에서 서로 논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홍익표 원내대표는 “우리 당은 21대 국회를 마무리하기 직전까지 이태원 참사 특별법, 해병대 장병 사망사건에 대한 특별검사법, 전세사기 특별법 등 세 가지 과제를 반드시 처리할 것”이라고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한편 영수 회담 3차 실무 회동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민주당 측에서 일정을 논의해 대통령실에 회신 주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 실무 논의 일정 등을 감안하면 영수회담은 빨라야 다음 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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