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시선]‘새만금 잼버리 파행’ 결과보고서까지 ‘파행’

[편집자시선]‘새만금 잼버리 파행’ 결과보고서까지 ‘파행’

세계스카우트연맹 ‘한국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 문제 야기’ 일방적 혹평
감사원 감사결과 나오면 ‘네 탓 공방’ 재연 가능성...이제 ‘반성의 시간’

기사승인 2024-04-29 11:50:34

쿠키뉴스 전북본부 데스크칼럼 <편집자시선>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과 현안들에 대해 따끔하게 지적하고 격려할 것은 뜨겁게 격려할 것입니다. 특히 우리 주변의 정치적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전라북도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세계스카우트연맹이 지난해 8월 열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한국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 많은 문제를 야기했다’고 지적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세계연맹은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보고서’에서 “한국 정부가 사실상 대회 주최자 자격에 오르면서 한국연맹이 소외돼 버렸다”며 정부가 행사 운영과 기획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한국연맹이 주도적으로 행사를 준비하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새만금잼버리 조직위는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지원 특별법'에 따라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기획재정부·교육부·여성가족부 장관 등으로 정부지원위원회와 조직위원회를 꾸렸는데 보고서는 “역할과 책임이 불분명해졌고, 실행 구조는 취약해졌으며, 의사소통 과정에서는 엇박자가 났다”며 여러 부처가 주관 부서로 참여하게 되면서 조직이 비효율적으로 운영됐다고 혹평했다.

보고서는 또 공무원 중심의 조직위가 잦은 인사이동으로 직원이 교체됐으나, 제대로 인수인계가 이뤄지지 않아 정상적인 행사 체계 구축에 치명적인 장애 요인이 됐다고도 지적했다. 사실 업무를 나누었던 공동조직위원장 대부분이 장관 경질 등으로 중도에 교체됐고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킨 공동위원장은 김윤덕 국회의원이 유일하다. 

보고서는 무엇보다 지난 2017년 8월 ‘2023 세계잼버리대회’ 개최지로 전북 새만금이 확정된 이후 개막까지 충분한 시간이 있었는데도 조직위 책임자가 명확하지 않은 ‘옥상옥 구조’로 돼있어 안일하게 운영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잼버리 관계자들은 개최지 선정부터 행사 준비까지 깊이 관여했던 세계연맹이 모든 책임을 한국 정부에 돌리려는 의도가 역력하다는 지적이다. 

여가부는 “정부의 개입이 잼버리 행사 실패의 직접 원인이라는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세계스카우트연맹이 해당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별도의 정보 제공 요청을 받은 사실이 없으며 역할에 대해서도 협의한 바가 없다”고 해명했다. 
 
새만금 잼버리는 부실한 대회 준비와 허술한 운영 탓에 전 세계 140개국에서 온 4만여명의 청소년과 지도자가 고통을 겪었다. 한낮 기온이 35도를 훌쩍 넘는 무더위에 참가자들은 그늘 하나 없는 매립지에서 줄줄이 쓰러지는 등 안전, 보안, 청소년 보호, 의료 지원, 식사, 위생, 현장 이동 등 상당한 결함이 있었다.

그러나 과거 대회에서도 적지 않은 문제들이 발생했다. 새만금과 같은 간척지에서 개최된 2015년 일본 야마구치 잼버리에선 높은 기온과 습도로 열사병, 탈수, 화상, 해충 문제가 야기됐으며, 2005년 미국 버지니아 잼버리에서도 많은 참가자들이 집단 탈수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새만금 잼버리 파행이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여야는 서로 '네 탓' 공방으로 또 한번 국민들을 실망시켰다. 여권에서는 개최지 전북의 안일한 대회 준비를 문제 삼았고, 야권은 예산과 권한 대부분을 지닌 중앙정부의 잘못을 추궁했다. 또 중앙정부는 새만금 사회간접자본(SOC) 올 예산을 당초 부처 반영액 보다 무려 80% 가까이 삭감했다. 이른바 ‘잼버리 보복’이다.

아직도 ‘새만금 잼버리 파행’은 진행형이다. 잼버리 파행의 중심에 있던 조직위는 대회 폐막 8개월이 지나도록 해산 절차를 밟지 않은 채 운영되고 있다. 사실상 ‘개점휴업’이나 다름없지만 직원도 10여명에 이르고 인건비와 각종 수당, 운영비 등으로 17억 7천여만원의 예산이 편성돼 예산낭비 지적이 나온다. 

여성가족부는 세계연맹 보고서가 나오는 등 평가 작업이 본격화하자 지난주 뒤늦게 새만금 현장을 찾아 조직위원회 청산 상황 등을 점검했다. 늦어도 8월까지는 조직위를 해산하겠다고 하지만 감사원 감사와 피해 업체가 수억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청산 작업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9월 잼버리 대회 유치·운영 전반을 들여다보는 감사에 나섰으나, 아직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언론보도와 국정감사 등에서 제기된 공유수면 점유·사용 허가 문제와 부적절한 수의계약 문제를 들여다보느라 12월에서야 현장 조사가 마무리됐다고 하지만 감사 결과에 대해서는 함구다.

이러는 사이 ‘새만금 결실’도 있었다. 새만금 잼버리가 파행으로 참가단이 전국으로 분산되면서 세종시는 불가리아 대표단을 초청해 여러 행사를 베풀며 우의를 다진 결과 소피아시와 자매결연 합의를 이끌어냈다. 전북이 잼버리를 유치하며 세계 청소년들에게 새만금을 기억하게 하고, 국제교류와 협력의 가교로 삼겠다고 했던 구상이 다른 지역에서 이뤄진 셈이다.

감사 결과에 따라 잼버리 파행을 둘러싼 후폭풍은 거셀 전망이다. 세계연맹까지 일방적 결과 보고서를 내놓은 마당에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오면 책임 소재를 놓고 다시 ‘네 탓 공방’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제 새만금 잼버리는 ‘대결의 소재’가 아닌 ‘반성의 소재’로 남아야 한다. 다시 돌아보고 무엇이 잘못됐는지, 어디에서부터 ‘단추’를 잘못 끼웠는지 파악해 전북이든 중앙정부든 국제 행사의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김영재 기자
jump0220@kukinews.com
김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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