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용 차세대 반도체 메모리인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양산 및 투자 등을 집중한다. 고객 맞춤형 HBM 제공도 강조됐다.
SK하이닉스는 2일 경기 이천 본사에서 ‘AI 시대, SK하이닉스 비전과 전략’을 주제로 한 내외신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AI 메모리 기술력 및 시장 현황과 충북 청주·경기 용인·미국 등 미래 주요 생산 거점에 대한 투자 계획을 밝혔다.
간담회에는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과 함께 김주선 사장(AI Infra 담당), 김종환 부사장(D램개발 담당), 안현 부사장(N-S Committee 담당), 김영식 부사장(제조/기술 담당), 최우진 부사장(P&T 담당), 류병훈 부사장(미래전략 담당), 김우현 부사장(CFO) 등 주요 경영진이 참석했다.
이날 곽 사장은 “스마트폰과 PC, 자동차 등 온디바이스 AI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AI에 특화된 ‘초고속·고용량·저전력’ 메모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앞으로 글로벌 파트너사와의 전략적 협업을 통해 세계 최고의 고객맞춤형 메모리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HBM 생산·판매가 순조롭다는 언급도 있었다. 곽 사장은 “HBM은 생산 측면에서 보면 올해 이미 완판됐다. 오는 2025년 생산 물량 역시 대부분 완판인 상황”이라며 “시장 리더십을 확고히 하기 위해 세계 최고 성능의 HBM3E 12단 제품을 이달부터 제공하고 오는 3분기 양산이 가능하도록 준비 중”이라고 이야기했다. HBM3E는 5세대 HBM으로 차세대 제품으로 불린다.
김 사장은 AI 메모리의 구체적 비전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AI 시대 반도체 산업은 구조부터 바뀌는 패러다임 전환을 맞이했다. 그 중심은 데이터를 축적·재생산하는 메모리”라며 “AI 메모리 비중(금액기준)이 지난해 5%에 불과했지만 오는 2028년 61%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고 했다.
청주와 용인, 미국 등 차세대 생산기지에 대한 투자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청주에는 M15x 팹을 연면적 6만3000평 규모의 복층으로 건설한다. UV를 포함한 HBM 일괄 생산 공정을 갖출 예정이다. 기존의 M15팹과도 인접해 있어 HBM 생산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오는 2026년 3분기부터 해당 팹에서 본격 양산이 시작될 방침이다. 용인 클러스터는 126만평 규모 부지에 회사 팹 56만평, 업체 협력화 단지 14만평, 인프라부지 12만평 등이 조성된다. 첫 팹은 오는 2027년 5월 준공 예정이다. 미국 인디애나 공장에서는 오는 2028년 하반기부터 차세대 HBM 등 AI 메모리 제품이 양산된다.
삼성전자도 같은 날 고객별로 최적화된 ‘맞춤형 HBM’으로 주도권 확보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김경륜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상품기획실 상무는 이날 뉴스룸 기고문에서 “오는 하반기는 HBM 공급 개선으로 AI 서버 확산이 가속화된다”며 “일반 서버와 스토리지 수요도 증가하는 선순환이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부터 올해까지 예상되는 총 HBM 매출을 100억 달러 이상으로 내다봤다.
이어 고객 맞춤형 HBM 전략을 이야기했다. HBM 제품은 D램 셀을 사용해 만든 코어 다이와 시스텝온칩(SoC)과의 인터페이스를 위한 버퍼 다이로 구성된다. 고객들은 버퍼 다이 영역에 대해 맞춤형 IP 설계를 요청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상무는 “HBM 개발·공급을 위한 비즈니스 계획에서부터 D램 셀 개발, 로직 설계, 패키징·품질 검증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차별화·최적화가 주요 경쟁 요인이 될 것임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5세대 HBM3E에 집중, 개발한다는 언급도 있었다. 김 상무는 “"HBM3E 8단 제품에 대해 지난달부터 양산에 들어갔다”며 “업계 내 고용량 제품에 대한 고객 요구 증가세에 발맞춰 업계 최초로 개발한 12단 제품도 2분기 내 양산할 예정으로 생산량 확대 또한 가속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성장하는 생성형 AI용 수요 대응을 위해 HBM 캐파 확대와 함께 공급을 지속 늘려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