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대표사례에 대한 분쟁조정위원회 결과를 이달 중순 내놓는다. 분조위 결과가 나오면 정체된 은행권 자율배상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3일 쿠키뉴스 취재에 따르면 금감원은 오는 13일 5개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각각 대표 사례를 1개씩 선정해 분조위를 열 예정이다.
금감원 분쟁조정3국 관계자는 “5개 은행의 분조위를 한번에 다 진행할 생각”이라며 “조정 결과는 빠르면 당일이나 이튿날인 14일에 최대한 신속히 내놓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분조위는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33조에 따라 금융회사, 금융소비자 및 그 밖의 이해관계인 사이에 발생하는 금융 분쟁 조정에 관한 사항을 심의, 의결하기 위한 자문기구다. 금감원은 대표사례 분조위 발표 취지에 대해, 배상기준안 적용에 대한 민원인과 금융기관의 이해를 돕기 위함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분조위는 △(필요시) 추가 사실조사 및 검토 △분조위 회부 △조정결정 통보(양 당사자 앞) △당사자의 수락 또는 불수락 △양 당사자 모두 수락시 조정성립 등의 절차로 진행된다. 금감원 조정은 권고일 뿐 의무는 아니다. 분조위에서도 양측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소송으로 가게 된다.
일반적으로 금융상품의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면 대표 사례 선정부터 분조위 개최까지 2~3개월이 걸린다. 하지만 금감원은 이 기간을 크게 단축해 4월 중 분조위 결과를 내놓겠다고 했었다. 금감원은 지난 3월11일 ‘홍콩 H지수 ELS 검사 결과(잠정) 및 분쟁조정기준안’을 발표하며 “신속하게 대표사례에 대한 분조위를 개최하는 등 분쟁조정 절차를 4월부터 진행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분조위 개최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서는 “3월부터 신속히 분조위를 열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며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금감원이 분조위 결과를 발표하면 지지부진하던 은행권 자율배상에도 속도가 날 전망이다. 시중은행 자율배상은 정체된 상황이다. 지난 3월29일 하나은행이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손실 고객에 자율 배상금을 지급했다고 발표한 뒤, 지난달 8일 신한은행, 16일 우리은행이 각각 지급 사례가 있다고 알렸지만 이후 추가로 배상금을 지급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일부 은행들은 지난달 말 가입자들에 ‘배상 시스템을 준비 중’이라고 알렸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29일 고객에 안내 문자를 보내 “전산 개발을 진행 중이며 5월 중순 이후 기 만기도래된 계좌부터 순차적으로 배상 절차가 진행된다”고 통보했다. 농협은행도 30일 “제반 시스템을 신속히 준비하고 있다”고 가입자들에 안내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무래도 금감원에서 정형화된 결과가 나온다면 이를 바탕으로 은행 입장에서는 이를 지금보다 배상을 좀 더 빠르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