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들이 대형사부터 중소형사 가릴 것 없이 해외 주식 및 상품에 투자하는 서학개미 고객을 잡기 위한 치열한 마케팅전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주식 온라인 매수 수수료를 받지 않는 제로 수수료 서비스가 꼽힌다. 증권사들은 이렇게 확뵈된 고객을 상장지수펀드(ETF) 등 추가 상품으로 유도하는 모양새다.
9일 한국예탁결제원 외화증권예탁결제현황에 따르면 올해 1월초부터 지난달 30일까지 집계된 미국 주식 매수건수는 221만4376건, 매도건수는 174만5522건으로 확인됐다. 전년 동기 매수건수 175만5678건, 매도건수 138만9021건에 비해 매매량이 급증했다. 매수 결제 금액도 438억683만달러에서 661억8636만달러로 크게 늘었다.
이같은 현상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승 랠리를 선보인 미국 증시에 서학개미 투자자들의 관심이 급증한 영향으로 해석된다. 미국 뉴욕증시 3대 지수인 나스닥은 지난해 8월1일(이하 현지시간) 1만4283.91에서 이달 7일 1만6332.56으로 14.35% 급등했다. 같은 기간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도 각각 13.34%, 9.13% 오른 5187.70, 3만8884.26까지 치솟았다.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관심도가 올라가면서 다수 증권사는 고객 확보를 위해 미국 주식 온라인 수수료를 받지 않는 '제로' 마케팅에 나섰다. 통상 수수료 무료 방침은 출혈 경쟁으로 여겨지나,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는 투자자 고객 확보를 통해 플랫폼 이용도를 높여 리테일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미국 주식 매수 수수료 제로 이벤트를 오는 8월30일까지 실시하고 있다. 지주사인 신한금융의 그룹사 통합 앱인 ‘신한 슈퍼SOL’에서 미국 주식을 매수할 경우 수수료 무료 혜택이 제공된다. 미국 주식을 매도할 때는 0.07%의 수수료(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측 징수 기타수수료는 고객 부담)가 적용된다. 다만 관리점 또는 컨설턴트 등록 계좌는 제외되고, 신한 SOL증권 앱 및 홈트레이딩시스템(HTS)는 혜택이 적용되지 않는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오는 6월말까지 자사 고객 대상으로 미국 주식 온라인 매수 수수료 무료 혜택을 제공하는 ‘투자비용 ZERO' 캠페인 시즌 2’를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비대면으로 계좌를 개설한 신규고객에겐 국내주식과 미국 주식 거래 시 3개월 동안 온라인 수수료 무료를 제공한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에도 미국 주식 온라인 매수 수수료 무료 캠페인을 진행한 바 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8일 “지난해 고객동맹 실천을 위해 진행했던 제로 캠페인을 통해 당사의 많은 고객들이 해외자산으로 자산배분을 하는 데 성과가 있었다”면서 “이번 시즌 2에서는 인공지능(AI)를 활용해 해외 투자정보를 제공하고, 다양한 디지털 솔루션으로 더 쉽고 편안한 투자를 경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중소형 증권사에서도 미국 주식 수수료 무료 전략을 도입했다. 대형 증권사의 전략에 맞서 고객 확보에 뒤쳐지지 않겠단 뜻으로 추정된다. DB금융투자는 지난 1일부터 이달 31일까지 비대면 및 은행개설 계좌 고객 대상으로 ‘미국 주식 매수수수료 1년간 0%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해당 기간 내 DB금융투자로 미국 주식을 옮길 시 5000만원 이상 15만원, 1억원 이상 25만원을 증정한다.
증권사들은 무료 수수료 전략으로 확보한 고객을 미국 주식 거래뿐만 아니라 펀드 등 타 상품 투자로 유도하고 있다. 일례로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1일부터 자사 MTS인 M-STOCK에서 미국 상장 주식 및 ETF로 투자전략을 생성해 투자할 수 있는 웰스테크(Wealth Tech) 서비스를 선보였다.
해당 서비스는 인공지능(AI)를 활용한 자산배분 투자 솔루션으로 개인의 투자전략을 반영한 EMF(ETF Managed Portfolio) 혹은 전략지수를 생성해 일괄매매 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 매매 방식이다. 다양한 테마 ETF로 구성된 지수(웰스테크 지수)를 기본 제공함으로써 글로벌 분산투자를 추구하도록 가이드하는 역할에 주안점을 뒀다는 게 미래에셋증권 측 설명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8일 “국내장은 올해 밸류업 효과 기대감에 상승 곡선을 그렸음에도 개인 투자자 측면에서 소외당하는 측면이 있다. 코스닥의 경우 더욱 외면받는 흐름이 존재한다”며 “사실상 투자자들의 기대를 받는 곳은 해외 증시 중에서도 가장 큰 포지션을 차지하는 미국이다. 증권사들도 지난해부터 해외 주식 거래와 관련해 플랫폼 개편과 여러 마케팅 진행 등 정성을 쏟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수료 무료를 시행한다는 것은 타사 및 신규 고객들을 자사로 오게끔 유도하는 것”이라며 “고객 확보 이후 미국 주식 외에도 다른 상품으로 크로스 셀링(관련 상품을 제안하는 판매 방식)하는 목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