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사 진료 허용에 의료계 ‘발칵’…“환자 안전 위협”

외국의사 진료 허용에 의료계 ‘발칵’…“환자 안전 위협”

기사승인 2024-05-09 13:19:02
지난 3월6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정부가 외국 의사 면허 소지자에게 국내에서 의료 행위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히자 의료계가 발칵 뒤집혔다. 환자 안전에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9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르면 이달 말부터 외국 의사 면허를 가진 사람도 국내에서 진료, 수술 등 의료 행위를 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8일 외국 의료인 면허를 가진 사람이 복지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보건의료 재난 경보 ‘심각’ 단계 기간 동안 국내에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오는 20일까지 입법예고 한다고 밝혔다. 

현행법은 국내 의사 면허 국가고시 시험을 통과한 38개국 159개 의과대학 졸업생에 한해 한국에서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법이 개정되면 보건의료 재난 경보 심각 단계 상황에서 국가, 학교 제한 없이 의사 면허만 소지하고 있으면 국내에서 일정 기간 의사로 일할 수 있게 된다.

이같은 결정은 의대 입학 정원 증원 정책 등에 반대한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후 의료공백이 장기화하자 공중보건의사, 군의관, 진료보조(PA) 간호사 투입에 이어 정부가 꺼내 든 카드다. 정부는 “보건의료 재난 위기 상황에서 의료인 부족에 따른 의료공백에 대응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겠다”고 설명했다.

의료계에선 탄식과 비판이 쏟아졌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세기는 어디에 두고 후진국 의사를 수입해 오나요”라고 적었다.

여한솔 전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도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어떤 외국 의사들이 자국 의사들을 겁박하고 범죄자 취급하는 나라에 들어와서 내과,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흉부외과 (진료를) 하려고 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껏 온다고 하면 GDP가 형편없는 나라에서 오려고 할 텐데, 그런 나라 의사들에게 치료를 받으러 갈 우리나라 국민이 있다고 생각하나”라고 덧붙였다.

문지호 의료윤리연구회 회장은 9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환자의 안전에 도움이 안 될 뿐 아니라, 위해를 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문 회장은 “한국의 의사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수준의 의사가 한국 의료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중증도 높은 3차 병원 진료를 한다는 것은 국민 건강에 큰 위해를 가하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너무 황당한 주장이라 복지부 공무원 자제 중에 한국 의사시험을 통과 못한 외국 의대 졸업생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의사를 지도·감독할 방안도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문 회장은 “외국 의사에게 환자를 맡기고 의료분쟁을 감수하며 이들을 관리·감독할 교수님들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대학병원에 무자격 해외 면허 의사를 들여 한국 의료진과 합을 맞춰 중환자를 보겠단 생각을 했다면 정말 무책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논란이 일자 정부는 외국 의사가 진료 역량을 갖춘 경우에 한해 국내 진료를 승인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복지부는 지난 8일 보도참고자료를 배포해 “외국 의사의 경우 환자 안전과 의료 서비스 질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제한된 기간 내 정해진 의료기관에서 국내 전문의의 지도 아래 사전 승인받은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도록 관리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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