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시행되면 한국 증시가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폐지 입장을 재확인했다. 야당에도 협조를 요청했다.
윤 대통령은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윤석열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금투세를 폐지하지 않는다면 우리 증시에서 엄청난 자금이 이탈할 것”이라고 발언했다.금투세는 대주주 여부에 상관없이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일정 금액(주식 5000만원·기타 250만원)이 넘는 소득을 올린 투자자를 상대로 해당 소득의 20%(3억원 초과분은 25%)를 부과하는 세금이다.
윤 대통령은 “1400만명의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막대한 타격”이라며 “우리나라는 금융투자, 주식투자와 관련해 배당소득세 등이 선진국에 비해 매우 높다. 금투세까지 얹게 되면 별로 남는 게 없다”고 말했다.
해외 사례도 들었다. 윤 대통령은 “대만 같은 경우는 금투세를 시행하겠다는 발표만 했는데 증시가 난리가 나고 막대한 자금이 이탈돼 결국 추진하지 못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금투세 문제가 개인 투자자, 자본시장 등과 긴밀하게 연결됐다며 “앞으로도 이 문제는 국회에 강력히 협력을 요청하고, 특히 야당의 협조를 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금투세 폐지는 윤 대통령 대선 공약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과도한 세제를 개혁하면 코리아디스카운트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금투세 폐지를 위해 소득세법 개정에 나서는 등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증권거래세율도 종전 계획대로 내년까지 0.15%로 인하하고,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한도도 현행 2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큰 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총선을 염두에 둔 선심성 공약이라는 지적과 함께 금투세 과세 대상이 상위 1.07%에 불과해 사실상 ‘부자 감세’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세수 결손 문제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컸다. 지난해 연간 국세수입은 344조1000억원으로, 예산 대비 56조4000억원이 부족한 전례 없는 ‘세수 펑크’를 기록했다.
윤 대통령 협조 요청에도 더불어민주당 반응은 냉담하다. 국세청 관료를 역임한 민주당 임광현 비례대표 당선인은 “대통령께서 기자회견시 ‘금투세 도입시 주가폭락’ 주장은 시장에 과장된 공포를 조성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어 우려스럽고 부적절하다고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금투세 도입을 폐지하는 것은 조세 정의 구현에도 맞지 않고 글로벌 스탠다드에도 반하는 대단히 잘못된 정책이며, 또 하나의 퇴행”이라고 꼬집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위원장 출신의 민주당 김현정 평택병 당선인은 10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이익 나는 곳에 과세 있다는 게 조세 원칙”이라며 “금투세 폐지가 개미투자자가 아닌 큰손 투자자만을 위한 부자감세라는 당의 기존 입장은 그대로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입장문을 내 “대통령이 한국 경제 문제를 제대로 진단하고 있는지, 조세정책이 추구하는 목적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경실련은 “윤 대통령은 상속 및 증여세, 배당소득세 등의 일부 다른 나라 보다 최고세율이 높다는 점만 언급하고, 금투세에 대해서도 이를 도입할 경우 증시의 침체가 올 것이라는 점만 강조했다”며 “부의 세습 및 조세의 형평성 훼손, 금융투자소득에 대한 세수 미확보 등의 부작용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아 편협한 시각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