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반신반의 트래블로그…해외여행 패턴 바꿨죠” [쿠키인터뷰]

“처음엔 반신반의 트래블로그…해외여행 패턴 바꿨죠”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4-05-14 11:00:19
지난 10일 서울 을지로2가 하나금융그룹 명동사옥에서 쿠키뉴스와 인터뷰 중인 김충영 하나카드 트래블로그부 차장. 하나카드

“그게 수익이 돼?”

2022년 7월 하나카드에서 해외여행에 특화된 트래블로그 카드를 출시했을 때 업계에서 나온 반응이다. 당시 트래블로그 카드는 환전과 해외 ATM 출금, 해외 결제 등 세 가지 수수료를 무료로 제공하는 점을 내세웠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급감했던 시기라 해외여행 특화 카드의 성공을 예측한 이는 많지 않았다.

트래블로그는 카드 이용자들의 선택으로 성장했다. 지난 2월 400만 가입자를 돌파했고, 다른 카드사들도 해외여행 특화 카드를 뒤늦게 출시하며 경쟁에 나서고 있다. 지난 2월 삼성카드와 신한카드가, 지난달엔 KB국민카드가 트래블 카드를 각각 출시하며 선두인 트래블로그 카드 자리를 노리는 형국이다.

트래블카드의 흥행은 단순히 하나의 카드가 성공한 것에 그치지 않는다. 트래블카드가 해외여행객들의 필수품이 되면서 이제 환전부터 해외 결제까지 여행객들의 동선이 바뀌었다. 지난 10일 쿠키뉴스와 만난 김충영 하나카드 트래블로그부 차장은 “‘여행의 경험을 바꾸다’가 트래블로그의 첫 슬로건이었어요”라며 “카드 서비스 하나가 여행 패턴을 바꿨죠”라고 강조했다.

“카드가 사람의 행동 패턴을 바꿀 수 있다는 걸 트래블로그 서비스를 하면서 처음 알았어요. 이전엔 해외여행을 준비할 때 항공권과 숙소, 액티비티 등을 예약하고 마지막에 환전을 했어요. 대부분 준비 과정이 온라인에서 가능하도록 바뀌었지만, 환전은 여전히 오프라인에서 하는 분위기였죠. 은행이 영업하는 시간에 직접 가서 환전을 해야 했지만 이젠 그럴 필요가 없게 됐어요. 자체 통계를 냈더니 은행 외 시간에 환전하는 고객 비율이 65%더라고요. 또 이전엔 큰 금액으로 적은 횟수로 환전했지만, 지금은 적은 금액을 여러 번 환전하는 추세로 바뀌었습니다.”

하나은행과 하나카드가 가장 잘하는 걸 하자는 것이 트래블로그 최초의 형태였다. 환전 서비스와 결제 서비스를 합쳐보자는 아이디어에 여행 콘셉트가 덧씌워졌다. 하지만 카드를 개발한 직원들도 회의 때마다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김 차장도 당시엔 고객들이 이 카드를 정말 많이 쓸지 확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2022년 7월18일 출시된 트래블로그 서비스의 첫 홍보 이미지. 해외여행과 함께 해외 직구의 장점을 같이 강조하고 있다. 하나카드

“초기에 가장 걱정이 컸던 건 코로나19였어요. 당시엔 코로나19 때문에 글로벌 마케팅을 할 수 있는 게 없었거든요. 모든 것이 해외 직구에 집중됐죠.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잖아요. 그래서 코로나19가 언젠간 풀릴 텐데, 그때 튀어 오를 여행수요를 어떻게 끌고 올 것일지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막상 트래블로그 출시한 이후엔 고객들이 환전을 이걸로 할까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10만, 50만, 100만 가입자를 모으기까지가 힘들었어요. 트래블로그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분들이 좋아해주시는 게 알려지면서 200만에서 300만 가입까진 금방 올라가더라고요.”

김 차장은 코로나19 이후인 2022년 10월 떠난 유럽 여행에서 트래블로그 카드를 쓰는 한국 관광객을 여럿 만났다. 청년들 6~7명 중 5명이 트래블로그를 쓰고 있었다. 하나카드 직원들도 잘 쓰고 있다는 말을 건네는 일이 많았다. 회사에서도 수익보다 젊은 고객을 유치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

“트래블로그 카드 고객수가 400만명을 넘었고, 700만명까지 갈 거라고 보지만 그 규모가 더 커질 거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대신 20~30대 고객이 트래블로그 카드로 좋은 경험을 하면 5~10년 후에도 그대로 쓸 수 있다고 생각해요. MZ세대를 어떻게 고객으로 만들 것인지가 하나금융그룹 뿐 아니라 금융권 전체의 고민이었거든요. 처음엔 애플리케이션 이용자들 대부분이 40~50대 남성이었지만, 트래블로그 카드가 나온 이후 20~30대가 많아져서 이제 절반 정도 됩니다. 또 여행 적금과 보험을 같이 운영하면서 얻는 파생 효과도 많고요. 해외여행 도시락 콘셉트로 지난달 CU와 팝업스토어도 열기도 했어요. 금융권에선 팝업스토어를 열거나 다른 분야와 협업할 일이 많지 않거든요.”

글로벌 마케팅부였던 김 차장은 지금 트래블로그부에 속해있다. 그와 함께 20여명의 직원들이 트래블로그의 서비스 질을 개선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했다. 그 결과 지난 2월엔 전국 하나은행 영업점에서 곧바로 트래블로그 카드를 발급할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했고, 지난달엔 하나은행 계좌가 아닌 국내 모든 은행에서도 카드 발급이 가능한 오픈뱅킹 서비스를 시작했다. 통화별 외화 한도를 300만원까지 늘리는 혁신금융서비스도 지난달 적용했다. 지금도 하나카드 트래블로그부는 여행 커뮤니티를 모니터링하며 어떻게 하면 고객들이 서비스를 더 편하게 이용할지 고민 중이다.

“이전엔 트래블로그 서비스를 런칭하고 키워나가는 데 중점을 뒀어요. 어떤 혜택이 있는지 안내하려고 했죠. 지금은 다른 카드도 다 비슷한 서비스를 갖추고 있으니, 차별화되는 지점을 고민하면서 서비스의 질을 올리기 시작했어요. 여행 카페를 계속 모니터링하면서 불편 사항이 뭔지 파악하려고 해요. 외화 잔액이 부족해서 승인 거절되는 일이 없도록 자동으로 환전해 충전하는 서비스도 그래서 도입했고요. 앞으로도 계속 모니터링을 하면서 고객들이 트래블로그 카드를 쓰시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하려고 합니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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