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B3가 항암 효과를 높여 폐암 환자의 기대 수명을 2배 늘려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여성 환자와 흡연 경험이 없는 환자에서 유의미한 생존 연장이 확인됐다.
배석철 충북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21일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수명 연장 효과는 만족스럽지 못한 수준”이라며 “값싸고 안전한 비타민B3만으로도 사망 위험을 거의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냈다”고 밝혔다.
배 교수 연구팀은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변이가 있는 4기 폐암 환자 110명을 대상으로 비타민B3 성분의 일반의약품(Amina-X)을 하루 1g씩 경구 투여했다. 총 53.4개월(약 5년) 동안 추적 관찰이 이뤄졌으며, 표적치료제(성분명 제피티닙 또는 엘로티닙)와 병용 투여도 이뤄졌다.
그 결과, 표적항암제만 투여한 경우 생존기간은 약 30.1개월, 비타민B3를 함께 복용한 투여군은 생존 기간이 약 43.3개월로 나타났다. 비타민B3 병용투여만으로 생존 기간이 13.3개월 늘어난 것이다.
다만 비타민B3는 EGFR 변이가 있는 폐암일 때 유의미한 생존 연장을 보였다. 또한 여성 환자서 효과가 뚜렷했다. 남성 폐암 환자의 경우 비흡연자에서만 효능이 있었다.
배 교수는 “비타민B3 중에서도 나이아신 아마이드는 암세포 안에서 기능이 저하된 암억제유전자 ‘렁스3(RUNX3)’ 기능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며 “종양처럼 죽어야 할 세포를 사멸시키고 인체에 필요한 세포는 분열되지 않도록 막는 역할을 해 표적치료제 효능을 향상시킨다”고 설명했다.
이어 “렁스3는 위암, 대장암, 간암, 방광암 등 다양한 암에서 기능이 저하돼 있다”며 “이번 연구는 폐암 환자에 한해 진행됐지만 고용량의 비타민B3를 꾸준히 복용한다면 다양한 암에서 항암 효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시중에 판매하는 비타민B3 건강기능식품으로는 항암 효과가 충분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배 교수는 “건기식에 함유된 비타민B3는 10mg 내외다. 1g 정도 섭취해야 효과가 있다”며 “일반의약품으로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타민B3는 원료가 워낙 싸고 돈벌이가 되지 않다보니 정부나 기업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번 연구에서 비타민B3의 임상적 효과가 인정된 만큼 정부 투자나 기업의 제품 개발이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농업진흥청의 바이오그린21 사업의 일환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는 최근 국제학술지 캔서리서치(Clinical Cancer Research)에 게재됐다. 비타민 항암보조 효과가 임상시험으로 입증된 것은 해당 연구가 세계 최초다. 김영철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 임상시험을 맡았고, 박일영 충북대학교 약학대학 교수가 주관했다. 배 교수는 이론적 근거를 제공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