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황우여호(號)가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준비에 착수했지만,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거규칙(룰)·개최 시점을 두고 당내 의견이 엇갈리면서다.
2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 전당대회 개최 시점은 오는 7월 중하순이 유력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전당대회 개최는)7월 말이 가장 가능성이 높다. 다만 휴가 기간이라 시기를 앞당겨야 되지 않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 역시 “의견이 분분해서 정확한 윤곽이 나오지 않았다”면서도 “7월은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이번 전당대회 절차가 직전 전당대회 당시와 비교해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전당대회 준비 과정은 최소 한 달에서 최대 두 달가량이 소요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3·8 전당대회 당시엔 당 대표 선출을 위한 룰 개정과 전대 선관위 구성 등을 2개월 전부터 마무리했다. 이와 비교해 이번 전당대회는 룰 개정여부조차 정해지지 않아 시간이 촉박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전당대회 선거규칙 개정을 둘러싼 당내 신경전이 발목을 잡고 있다. 당초 국민의힘은 ‘당원 투표 70%, 국민 여론조사 30%’ 합산 방식으로 전당대회를 치러왔다. 하지만 지난해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윤계의 주도하에 ‘당원 투표 100%’로 규칙을 변경했다. 당시 친윤계는 역선택 방지를 룰 개정의 이유로 들었다.
이번 여당의 총선 참패 이후 기류는 바뀌었다. 현재 비윤계와 수도권 의원들, 원외 그룹은 국민 50%·당원 50% 반영 등 선출규정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민의 반영과 당 쇄신을 위해 선거 규칙을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당 주류인 친윤계와 영남 의원들은 현행 ‘당원 투표 100%’ 룰 유지하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강성 당원들의 반발을 고려한 ‘당원 80~75%·국민 20~25%’ 반영 방식이 가장 유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대 룰 개정과 관련한 비대위원들 간 논의는 최근까지도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실무진 차원에서 룰 개정 밑그림 작업에 힘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당대회 룰 개정 여부부터 확정되야 본격적인 전당대회 준비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차기 당권주자는 나경원·윤상현·안철수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그리고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이 거론된다. 한 전 위원장과 나 의원, 유 전 의원은 최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 해외직구 규제 논란과 관련해 정부 비판 메시지를 내며 존재감을 부각하고 있다. 이를 두고 당권주자들 간 주도권 싸움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