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은 총재 “금리 인하 시점, 훨씬 더 불확실해졌다”

이창용 한은 총재 “금리 인하 시점, 훨씬 더 불확실해졌다”

기사승인 2024-05-23 15:47:26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해 10월1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10월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지난달보다 금리 인하 시점의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하반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있지만 물가가 상방 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에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은 훨씬 더 커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하반기에 무조건 금리 인하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인하 시점에 대한 판단을 미루기도 했다.

금리 인하 시점이 불확실해진 건 지난달 통화정책방향 회의 이후 발생한 세 가지 사건 때문이다. 하나는 미국 금리 인하 시점이 처음 예상한 오는 7~9월보다 뒤로 미뤄게 된 것. 올해 1분기 국내 경제성장률(1.3%)이 생각보다 좋았던 것. 또 이란-이스라엘 전쟁으로 환율 크게 뛴 것 등이다. 이 총재는 “여러 가지 요인을 다 고려할 때 ‘금리 인하 시점이 불확실해졌다’는 표현을 사용했다”라며 “원점 재검토보다 숫자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얘기였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에서 금통위원 전원이 기준금리 동결에 만장일치했다. 다만 이번에도 6명의 금통위 위원 중 1명은 3개월 후 금리가 낮아질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 총재는 “물가 상승 압력이 올라간 건 사실이지만, 내수 회복세가 상대적으로 완만할 것으로 보이고 물가 둔화 추세가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인하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고 전했다. 나머지 5명의 위원은 3개월 후에도 금리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는 견해를 전했다. 물가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지만, 여러 물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기 때문에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로 높였지만, 올해 물가 전망은 2.6%도 유지한 이유에 대해선 1분기 경제성장률 상승의 주요 원인이 순수출 증가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수출이 예상보다 좋았고 수입도 줄었다”라며 “순수출이 물가에 주는 영향은 내수에 비해 제한적이기 때문에 물가 예상치를 바꿀 정도로 크지 않았다. 물가 전망치의 소수점 둘째 자리는 올랐지만, 첫째 자리를 바꿀 정도는 아니어서 유지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경제성장률 전망에 실패했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 “외국에선 다반사로 일어나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국제통화기금(IMF) 등에선 미국 성장률을 0.6%p씩 바꾼다”라며 “에러가 나면 어떤 이유에서 차이가 났고. 정책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를 논의하는 것이 중요한 과정이다. 한은이 아무것도 안 하면 틀리지도 않고 비난도 안 받겠지만, 적어도 제가 있는 동안 더 많이 소통하고 정보를 주면서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경제성장률의 예측성을 높이기 위해 “앞으로 통관 자료를 더 빨리 받아볼 수 있도록 정부와 얘기하면서 노력하고 있다”라며 “디지털 월렛 소비가 많아진 만큼 통계 개선도 필요해 보인다”고 짚었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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