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의 연금개혁안을 받겠다고 밝혔다. 국민연금 개혁 논의 과정 속에서 여야가 소득대체율 1%p 차이를 좁히지 못해 합의안 도출에 실패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여당안을 수용하며 연금개혁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5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꼭 해야 할 일인데 시간은 없으니 불가피하게 민주당이 다 양보하겠다”며 “여당이 제시한 소득대체율 44%를 전적으로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여야는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서 소득대체율 조정을 두고 합의에 이르지 못해 논의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보험료율(내는 돈)을 9%에서 13%로 올리는 데 뜻을 모았지만, 소득대체율(받는 돈)을 두고 국민의힘은 43%, 민주당은 45%를 주장하며 합의안 도출에 실패했다. 이후 국민의힘이 중재안으로 44%를 제시했지만, 민주당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는 29일 21대 국회 임기가 끝나면 연금개혁 논의가 사실상 백지 상태로 돌아가기 때문에, 민주당이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소득대체율은 45%와 44%다. 단 1%p 차이 때문에 연금 개혁안을 무산시킬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결단을 촉구했다. 그는 “윤 대통령에게 간곡히 요청한다. ‘역사적 소명과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며 연금개혁을 공언한 대통령의 약속을 국민은 기억하고 있다”며 “대통령은 민주당의 제안을 즉각 받아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이마저도 또 다른 이유를 대면서 회피한다면 애당초 연금개혁의 의지가 없었다고 국민들은 판단할 것”이라며 “지체 없이 입법을 위한 구체적 협의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이 대표는 “국민 여러분에게 소득대체율 44%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18개월을 달려온 국회 연금특위의 노력을 포기할 수는 없다. 한 걸음을 못 간다고 주저앉기보다는 반걸음이라도 나아가는 것이 낫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22대 국회에서 2차 연금개혁을 추진하겠다”며 “국민 노후를 위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고, 다층적 노후 소득보장 강화와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구조개혁까지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했다.
그는 “다시 한 번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호소한다”면서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이번 주말이라도 여야가 만나 합의하고, 이번 (21대) 국회에서 1차 연금개혁을 매듭짓자”고 호소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신중한 입장이다. 연금개혁이 국민과 미래세대의 재정 부담과 직결되는 만큼 속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25일 논평을 내고 “야당은 국민의 노후와 미래세대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연금개혁을 번갯불에 콩 볶듯이 처리하려고 하고 있다”며 “연금개혁은 이재명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이 정치적 ‘꼼수’로 삼을 정도로 가벼운 개혁과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기도 했다. 장 수석대변인은 “순직 해병 특검법 일방 처리에 대한 국민적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 그토록 중차대한 연금개혁을 특검법 처리를 위한 희생양으로 삼으려 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22대 국회가 개원하고 지금과 같은 의지로 여야가 논의를 이어간다면 늦지 않은 시기에 더 나은 연금개혁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21대 국회가 끝나고 22대 국회가 새로 시작되더라도 지금까지의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라며 “민주당은 연금개혁에 대한 진정성이 있다면 국민적 합의를 모아 미래를 준비할 ‘묘수’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