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 ‘선(先)구제 후(後)회수’ 방안이 담긴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을 단독처리한 가운데 국토부 장관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기로 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 개정안에 대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무장관으로서 책임 있는 조치를 다 하겠다”며 “특별법 개정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법률안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법은 공공기관이 전세사기 피해자의 전세보증금 반환채권을 사들여 보증금 일부를 먼저 돌려준 뒤 피해주택을 매각하는 등의 방식으로 자금을 회수하는 ‘선(先)구제 후(後)회수’ 방안을 담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이 같은 방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정부는 본회의 하루 전인 27일 기존 주택을 LH가 매입해 10년 무상 거주하는 내용이 담긴 ‘전세사기 피해자 주거안정 지원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야당의 개정안 처리를 반대하면서 내놓은 대안이다.
박 장관은 “일반 국민에게 악성 임대인의 채무를 전가하는 것과 다름없음에도 충분한 협의와 폭넓은 사회적 공감대 없이 개정안이 일방적으로 처리된 데 깊은 유감을 표하며, 수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다시금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마땅히 국회의 입법권을 존중해야 하나, 헌법상 법률을 집행해야 할 책무는 정부에 있다”면서 “개정안은 제대로 집행하기 어렵고 법리적 문제와 함께 다른 국민에게 부담이 전가될 우려가 높다”고 주장했다.
박 장관은 “앞으로 정부는 피해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빠른 시일 내 시행이 가능한 지원 방안을 통해 전세사기 피해자가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국회와 지속 협의하고 소통하겠다”고 덧붙였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정부의 대안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와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27일 입장문을 내고 “전세사기 피해자 상당수는 선구제후회수 방안을 통해 피해주택에서 퇴거하고 새로운 주거지를 마련하길 원한다”라며 “LH 매입 후 계속 해서 살라는 정부 대책과 원하는 바가 다르다”라고 밝혔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