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 만에 국민 5만명이 동참해 정무위로 넘겨졌던 ‘도현이법’이 21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폐기 수순을 밟으면서 22대 국회에서 핵심 법안으로 다룰지 주목된다.
도현이법은 차량 결함 입증 책임을 소비자가 아닌 제조사가 갖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29일 현재 제조물책임법은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 시 피해자가 ‘제조물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손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먼저 증명해야만 제조사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지난 2022년 12월 강릉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로 12살 이도현 군이 숨지면서 피해자가 자동차 부품이나 제작 시스템을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급발진 원인을 입증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과 함께 사회적인 공감대를 얻은 바 있다.
이후 도현 군 가족들은 지난 2023년 2월 국회 국민 동의 청원에 올린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 시 결함 원인 입증 책임 전환 청원’ 글에 5만 명이 동의하면서 제정 논의를 위한 발판이 마련됐다.
21대 국회에서도 사회적 공감대를 의식해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더불어민주당 박용진·허영 의원 등이 해당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후 소관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가 산업계 파장을 우려하는 등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 계류를 거듭하다 폐기 수순을 밟았다.
도현군의 아버지 이상훈씨는 “국민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법안임에도 21대에서 폐기가 되었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국민들의 목소리가 담긴 법안이 외면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며 “제조물 책임법 일부법률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는다면 답답하고 울분이 터지는 이 상황들을 계속 마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동안 여러 법안 대표 발의가 됐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사고 시 입증 책임을 제조사가 증명해야 한다는 내용은 아니다”라며 “허영 의원님께서 기존에 발의하셨던 내용에서 수정·보완해 강력한 법안으로 대표 발의 할 계획을 말씀하셨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이씨는 “국민동의 청원 5만명은 절대 쉽지 않은 숫자다. 그럼에도 22대 국회가 시작되면 다시 한번 희망을 걸고 제조물 책임법 개정을 촉구하는 국민동의 청원을 낼 계획이다. 22대 국회에서는 꼭 통과되리라 믿는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은 지난 28일 블로그를 통해 ‘22대 국회가 새롭게 시작하면 즉각 다시 발의하겠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허 의원실 측은 법안 발의 시점에 대해 “지금까지 논의된 것들을 바탕으로 수정 보완이 필요한 내용을 검토한 뒤 입안 작업을 거쳐야 한다”며 “앞서 함께 공동 발의해 주신 의원님들께도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필요해 정확한 시점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기 어렵다. 하지만 제조물 책임법 개정안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도현군 가족은 지난 27일 4월19일 진행한 공식 재연 시험 감정 결과를 발표했다. 이상훈씨는 △제조사 측 주장과 달리 ‘변속패턴’이 다른 점 △차량에는 결함이 없다는 국과수의 분석과 비교했을 때 ‘주행데이터’는 현저히 다른 점 △풀 액셀을 밟았다는 사고기록장치(EDR) 기록대로 이행한 결과 ‘속도 변화’가 훨씬 컸던 점을 들어 ‘할머니는 페달 오조작을 하지 않았음이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