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8000원 시대 열릴까…“흡연률 낮추려면 가격 높여야”

담뱃값 8000원 시대 열릴까…“흡연률 낮추려면 가격 높여야”

담뱃값 10년째 4500원 동결…OECD 평균 가격은 1만원 넘어
담뱃값 8000원 인상 시 흡연률 감소한다는 연구도
전문가들 “물가 오르는데 담뱃값만 동결…규제 정책 퇴보”

기사승인 2024-05-31 06:05:01
편의점에서 한 시민이 담배를 구입하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31일 ‘세계 금연의 날’을 맞아 정부가 적극적인 담배 규제 정책을 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평균 10년 주기로 담뱃값 인상이 이뤄졌던 만큼, 10년이 되는 올해 가격을 올려 흡연 진입장벽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21년 제5차 국민건강종합계획을 발표하며 2018년 36.7%인 성인 남성 흡연률을 2030년까지 25%로, 성인 여성은 7.5%에서 4%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담배에 붙는 건강증진부담금을 개편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현재 흔히 ‘연초’라고 부르는 궐련 담배 한 갑은 4500원이다. 2015년 1월 인상한 뒤 가격이 동결됐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담뱃값인 8.3달러(한화 약 1만1097원)에 비해 한참 낮은 수준이다.

시기적으로 가격을 인상할 때가 됐다는 의견도 있다. 2004년 담뱃값이 500원 인상됐고, 또 2014년 10월 가격 2000원 인상 법안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10년마다 담뱃값이 오른 주기를 고려할 때 적어도 올해 하반기 담뱃세 인상을 결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내년부터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담뱃값 인상론에 힘을 실어줄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지난해 12월 대한금연학회지에 게재된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보건대학원 연구팀(박수잔·김하나·조성일)의 ‘SimSmoke를 이용한 2030 국민건강증진 종합계획 남성 흡연율 목표 달성 전략 탐색’에는 담뱃값 인상으로 인한 흡연률 감소 효과가 크다는 내용이 실렸다. 

담배 가격 인상 시나리오에 따른 남성 흡연율 변화를 예상한 결과를 살펴보면, 2024년 8000원으로 올릴 경우 2030년 남성 흡연률은 29.2%로 예측됐다. 2021년 31.1%보다 1.9%p 감소한 수치다. 정부가 목표한 2030년 남성 흡연률 25%에 도달하려면 2024년부터 2030년까지 매년 30%의 가격 인상이 필요하다고도 분석했다.

연구팀은 “가격 인상폭이 커질수록 흡연율 감소 효과도 커진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가격 정책을 금연을 장려하고 미성년자의 흡연 시작을 방지하는 가장 효과적인 단일 정책으로 설명한다”면서 “2030년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담뱃값 인상에 대한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해 대중의 지지 기반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더 적극적이고 과감한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도 담뱃값을 올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30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물가와 소득은 계속 오르는데, 담배세는 10년간 올리지 않고 있다”며 “정부의 담배 규제 정책이 퇴보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WHO 담배규제기본협약에도 담배세를 인상하라는 내용이 담겼다”며 “통합 담배 사용률을 낮추려면 담배세 인상 등 적극적인 규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현숙 대한금연학회 회장은 “최소한 8000원까진 올려야 OECD 국가 평균 수치에 가까운 가격”이라며 “청소년들의 진입 장벽을 높이는 측면도 있기 때문에 담뱃값 인상은 흡연률 감소에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22대 국회에서는 담뱃값을 올리는 법안 개정안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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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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