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 뇌경색 환자 3명 중 2명, ‘골든타임’ 놓쳤다…지역별 격차 커

급성 뇌경색 환자 3명 중 2명, ‘골든타임’ 놓쳤다…지역별 격차 커

기사승인 2024-05-31 12:30:12
서울대학교병원 응급실. 사진=박효상 기자

뇌경색은 ‘골든타임’으로 알려진 4.5시간(270분) 이내에 병원에 도착해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골든타임 내 병원에 방문하는 환자의 비율은 36.8%에 불과하고, 지역 간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 정근화 신경과 교수와 이응준 공공임상교수 연구팀이 2012~2021년 한국뇌졸중등록사업(KSR)에 등록된 급성 뇌경색 또는 일과성허혈발작 환자 14만4014명을 대상으로 병원 도착 지연 추세와 지역별 격차 등을 평가 분석한 결과를 31일 발표했다.

연구 결과 병원 도착 지연의 중앙값은 460분이었으며, 골든타임인 4.5시간 이내에 병원에 도착한 환자는 36.8%에 그쳤다. 병원 도착 지연 시간은 2016년 429분으로 가장 짧았으나, 이후 소폭 증가한 수준을 유지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러한 변화 추세에서 통계적 유의성은 관찰되지 않았다. 뇌경색 치료의 핵심인 빠른 내원과 관련된 병원 도착 지연은 지난 10년간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뇌경색 증상 발생 후 4.5시간 안에 병원에 도착해야 시행할 수 있는 정맥 내 혈전용해술 치료를 받은 환자의 비율은 2014년 9.2%에서 2021년 7.8%로 줄었다. 이는 많은 환자들이 적정 시간 내에 병원에 도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병원 도착 지연 문제가 악화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또한 지니 계수(소득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표)를 사용해 지역 간 병원 전 단계 소요 시간의 격차를 평가한 결과, ‘지역 간 불균형’이 0.3을 초과하는 수준으로 유지됐다. 이는 도착 지연 시간에 있어 상당한 수준의 지역 간 격차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같은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지역별 맞춤형 대책과 자원 배분이 필요하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아울러 다변량 로지스틱 회귀 분석을 진행한 결과, 병원 도착 지연에 독립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경미한 뇌졸중 증상(1.55배), 기존 신체적 장애(1.44배), 당뇨병(1.38배), 65세 초과 고령(1.23배), 흡연(1.15배), 고혈압(1.12배), 여성(1.09배) 순으로 조사됐다. 이 요인들을 가진 환자들이 골든타임 이내에 병원에 오지 못할 위험성이 높았다.

반면 △과거 뇌졸중이나 일과성허혈발작·관상동맥질환 병력이 있는 경우 △심방세동을 진단받은 경우 △응급실을 통해 내원한 경우 △지역 내 인구 10만명당 구급차 수가 많은 경우에는 4.5시간 안에 병원에 방문할 가능성이 높았다.

정근화 교수는 “병원 도착 지연의 지역 간 격차가 크다는 것은 전국 어디에 거주하더라도 동일하고 높은 수준의 뇌졸중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뇌졸중 안전망’이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다는 것”이라며 “격차를 풀기 위해서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교육·홍보를 진행하고, 지역 특성에 기반한 맞춤형 정책을 전개해 병원 방문까지 걸리는 소요 시간을 단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뇌경색 증상이 가벼울수록 병원 방문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었다는 것은 환자들의 뇌졸중에 대한 인지도가 아직 낮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국민의 뇌졸중 인지도 제고를 위한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질병관리청과 대한뇌졸중학회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국제 학술지인 ‘유럽 뇌졸중 저널(European Stroke Journal)’ 최근호에 게재됐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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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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