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안 보여” “자긍심 뭉개져”…흉부외과 의사들 ‘한탄’

“미래 안 보여” “자긍심 뭉개져”…흉부외과 의사들 ‘한탄’

1일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기자간담회 개최
전공의 63.5% “필수의료 패키지 재논의 시 복귀”
‘전문의 중심병원 전환’ 비판…“20년 넘게 걸려”

기사승인 2024-06-02 05:00:02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는 1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사진=신대현 기자

“이 나라에서 흉부외과 의사로서 살아갈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눈앞의 환자를 잃는 것은 절대 바라는 바가 아니나, 이대로는 전공의 복귀를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증원 정책 등에 반발해 병원을 떠난 흉부외과 전공의들이 필수의료과인 흉부외과에서 더 이상 희망을 찾을 수 없다고 진단했다. 선배 의사들도 의료공백 사태를 계기로 흉부외과 의료 현장은 더 깊은 늪에 빠질 것이라고 짚었다.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는 1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흉부외과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는 전체 전공의 107명 중 52명(48.6%)이 참여했다.

조사 결과, 전공의 복귀 전망에 대해 63.5%는 ‘대의를 위한 전공의의 선택을 지지하며, 복귀까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답했다. 21.2%는 ‘현 시점에서 복귀를 판단할 수 없다’고 했다. 

복귀 전제조건으로는 가장 많은 55.8%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재논의’를 꼽았다. 필수의료 패키지에 대한 의견으로 65.4%는 ‘패키지 내용이 적절하지 않아 개정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23.1%는 ‘실효성이 없다’고 답했다. ‘필수의료 패키지의 내용을 잘 모르고 있다’는 응답은 11.5%로 나타났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흉부외과 사직 전공의인 A씨는 “흉부외과의 가장 큰 문제는 다음 세대에게 흉부외과의 희망적인 면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라면서 “후배들은 내가 일하는 모습을 보고 ‘저렇게까지 힘들게 살고 싶지 않다’고 말하며 수련 제의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사직 전공의 B씨는 “의료 정책이 강행되고, 의사가 모조리 악마화 된 사회에서 흉부외과가 반등할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며 이대로 복귀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사직 전공의 C씨는 “복귀하더라도 많은 부분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며 “흉부외과 전공의가 수술에 집중할 수 있도록 다른 여러 일들을 줄일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잡일이 많을수록 배움에 집중할 수 없다”고 했다.

흉부외과 교수들도 미래가 암울하다며 고민을 드러냈다. 김형렬 흉부외과학회 총무이사(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흉부외과 전공의는 다른 과보다 일이 힘들단 것을 알고도 들어온 친구들이다. 그동안 정부가 지원 정책을 여럿 내놓았지만 지원책이 없어도 자긍심으로 일한 곳이 바로 흉부외과”라며 “의대 2000명을 증원하든 필수의료 패키지가 생기든 흉부외과의 상황은 달라지지 않을 것을 알기에 전공의들은 어려움 속에서도 묵묵히 일해 왔다. 그런데 정부가 이들의 자긍심을 뭉개 버렸다. 그래서 떠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전공의들은 ‘낙수과’, ‘의새’란 말을 듣고 큰 상실감을 가졌다고 하는데 이제 와서 근무시간을 축소하고 대우를 좋게 해주겠다는 말을 듣겠는가. 정부는 이미 이들의 자존감을 무너뜨려 돌아오기 어렵게 만들었다”며 “현 상황에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교수들이 당직 서고 응급 콜을 받으면서 전공의 없이 3개월 넘게 일하고 있다. 곧 번아웃이 올 것”이라고 토로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수련병원의 전문의 중심병원 전환에 대해선 성공하기 어렵다고 했다. 임청 흉부외과학회 이사장(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은 “현장에 있는 교수들도 나가는 마당에 전문의 중심병원이 되겠나”라며 “전공의 근무시간 축소는 좋지만 그렇게 해서 흉부외과 전문의가 되려면 적어도 10년 이상 걸린다”고 지적했다.

김 총무이사는 흉부외과 전문의가 현재보다 4배는 더 많아야 전문의 중심병원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지금처럼 인력이 적게 배출되면 최소 20년은 넘게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의대 정원을 2000명 증원한다고 해서 흉부외과 전문의가 폭발적으로 늘지 않는다”며 “학회와 상의하지 않고 설익은 정책을 추진하는 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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