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불확실한 ‘금투세’...금융사 ‘우리는 어떻게 하죠’

폐지 불확실한 ‘금투세’...금융사 ‘우리는 어떻게 하죠’

금투세, 도입 여부 놓고 여야 갈등 심화
금융사, 금투세 시스템 마련 혼란
“원천징수 등 정책적 불확실성 해소 필요”

기사승인 2024-06-06 06:00:22
쿠키뉴스 자료사진

금융투자소득세를 놓고 금융사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정부·여당이 금투세 폐지를 주장하는 반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당초 계획대로 도입에 무게를 두고 있어서다. 지지부진한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금융사 뿐 아니라 투자자들까지 피해가 전망된다. 이에 따라 정책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빠른 결단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IBK기업은행은 현행 세법상 내년 1월부터 도입 예정인 신규 세제인 ‘금융투자소득세’ 관련 업무 및 시스템 개발 대응을 위한 컨설팅기관 선정 입찰을 공고했다. 지난 2년간 금투세 유예기간 중 소득세법 등 관계 법규 개정사항 반영 등을 위한 취지라는 게 기업은행 측 설명이다.

기업은행은 제안요청서에서 금투세 유예 또는 폐지가 확정될 경우, 결정된 일자까지만 사업을 수행한다고 명시했다. 아울러 계약금액도 확정 일자까지만 일할 계산해 지급할 예정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금투세가 유예되면 향후 사업 재개에 관한 내용도 계약내용에 포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는 금투세 도입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결과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의 금융투자상품으로 얻은 소득에 대해 과세하는 제도다. 수익이 연간 5000만원을 넘으면 양도차익에 대해 20%를 과세한다. 3억원을 초과할 경우 25%의 세율이 적용된다. 지난 2020년 문재인 정권 당시 마련됐으나, 여야 합의로 오는 2025년까지 유예된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4년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구태의연한 부자 감세 논란을 넘어 국민과 투자자, 우리 증시의 장기적 상생을 위해 내년 도입 예정인 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하면서 정책 전환을 선언했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제22대 국회가 들어선 이후 금투세 폐지를 포함한 감세 법안을 1호 법안으로 채택했다.

반면 민주당은 원안대로 금투세를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력하게 피력하고 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4월 25일 “(금투세) 유예든 폐지든 금투세 시행을 미뤄 부자들 세금을 걷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경제위기 상황에서 부자 감세로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키고 소득 격차만 더 늘리는 조세정책을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난 4월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한 만큼, 여야 대립 심화로 금투세 도입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금투세 관련 불확실성이 지속됨에 따라 금융권은 이같은 상황을 리스크 요인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금투세가 또다시 유예되는 방향으로 틀어지면 최악의 상황이 연출될 것으로 내다본다. 이는 투자자 입장에서도 악재다. 여러 금융사에 펼친 자금 여부에 대한 끝없는 고민이 이어져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장 큰 리스크는 정책 불확실성이 늘어나는 것”이라며 “만일 6개월 또는 1년 유예 결정이 나온다면, 금융사 입장에서는 유예되는 시점이 다가올수록 현재 상황과 같은 혼란에 다시 휩싸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우려했다.

또한 금융권은 금투세 불확실성에 앞서 원천징수 등 납세 실무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정해지지 않은 점을 심각한 사안으로 꼽았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금투세 관련해서 아직 정해지지 않은 부분들이 너무 많다”며 “특히 제일 중요한 5000만원에 대한 원천징수 등 납세 실무와 관련된 사안이 시급히 정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천징수 의무는 각 금융사가 갖고 있다. 금투세가 도입된다고 하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여러 증권사나 은행 등을 이용해 투자하는 상황에서 5000만원 한도 내에서 얼마씩 나눌 건지에 대해 고민할 텐데, 이런 것들이 정해진 게 하나도 없다”며 “명확하게 드러나야 준비를 할 수 있는 부분들도 존재한다. 모든 금융사가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은행에 앞서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 증권사들은 금투세 유예 이전부터 기본적인 시스템 준비를 이미 마쳤다. 금투세가 폐지될 경우 이들 증권사의 시스템 준비에 투입된 자금은 모두 매몰비용으로 작용하게 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금투세 관련 정비는 지난번 유예 결정 이전부터 준비했던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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