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넘어 세계 e스포츠 레전드로 우뚝 선 ‘페이커’ 이상혁이 ‘전설의 전당’ 토크 세션에서 소감을 밝혔다.
라이엇 게임즈는 6일 오후 6시 서울 중구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페이커’ 이상혁의 ‘전설의 전당’ 초대 입성을 기념해 공식 미디어데이를 개최했다. 행사에는 이상혁과 전용준 캐스터, 윤수빈 아나운서, 이정훈 LCK 사무총장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화려한 커리어와 사회적 선행으로 이상혁은 롤 e스포츠 최고 스타로 자리 잡았다. 전설의 전당 투표인단은 그의 업적과 더불어 e스포츠에 대한 전반적인 기여도를 감안해 이상혁을 초대 헌액자로 뽑았다.
이상혁은 행사 중 메르세데스 벤츠 자동차 키와 전 세계 하나밖에 없는 HOF(전설의 전당) 유니폼 및 트로피를 받았다. 그럼에도 그가 가장 크게 웃었던 순간은 전용준 캐스터, 윤수빈 아나운서와 가졌던 토크 세션이다.
이상혁은 “눈물이 찔끔 날 뻔했다. 얼마 전부터 전설의 전당 때문에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때부터 감사했는데, 이렇게 좋은 자리를 만들어주셨다. 공간과 날짜(현충일) 모두 뜻깊고 의미 있다”면서 “이렇게 많은 것들이 준비됐을 줄 몰랐다. 볼 때마다 뭔가가 새롭게 나온다. 항상 놀란다. 너무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자동차를 받은 이상혁은 “무조건 타봐야 한다. 벤츠에서 선물해 줘서 더 기대된다”라며 “조수석에는 팀원들을 태우겠다”고 말했다. 자동차가 2인승이라는 전 캐스터 말에 이상혁은 “그럼 서머 시즌에 캐리해주는 선수를 조수석에 앉히겠다”고 미소 지었다.
어떤 기록이 가장 의미 있냐는 질문에 이상혁은 “뜻깊은 기록의 기준은 얼마나 많은 팬이 좋아하느냐다. 작년 롤드컵 때 많은 축하를 받았다. 그게 기억에 남아서, 지난해 롤드컵 우승이 가장 뜻깊게 다가온다”고 답했다.
니달리로 ‘앰비션’ 강찬용의 카직스를 잡았던 첫 킬의 순간은 어떨까. 이상혁은 “직접 본 적은 없다. 사람들이 보여줘서 ‘어쩔 수 없이’ 봤다”면서 “(강찬용이) 그렇게 본인이 죽은 장면을 언급하기 쉽지 않을 텐데 그것도 대단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상혁은 ‘모든 길은 결국 나를 통한다’ 등 수많은 어록을 남겼다. “지난해 롤드컵 멘트들이 다 좋았다”고 입을 연 이상혁은 “‘네 번째 우승은 팀을 위한 것’이라는 말이 되게 애정이 간다”고 강조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베인’ 구르기를 따라 했던 순간을 꼽은 이상혁은 “요즘에는 퍼포먼스가 많이 없다. 그때는 어떻게 했나 싶다. 나는 즉석에서 (퍼포먼스) 하는 편이라 지금은 잘 모르겠다”고 웃었다.
이상혁은 멘탈 케어 방법에 대해 “명상을 자주 한다.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배워야 한다. 요즘은 관련 논문을 많이 찾아보면서 공부한다”고 설명했다.
비하인드 스토리도 오픈했다. 훠궈를 좋아한다고 알려진 이상혁은 “작년에 훠궈집 ‘혼밥’하러 다녔다. 먹을 사람이 없었다. ‘혼밥’이 재미있을 것 같아 시도했다”고 수줍게 말했다.
이상혁은 남다른 동기부여 방법을 밝혔다. 그는 “프로게이머 초창기에는 돈이 우선이었다. 18살에 월급 200만원을 받았다. 돈을 벌고 싶었다”면서 “요즘에는 팬들께 사랑받는 게 흔치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팬들을 즐겁게 해주고 싶다는 게 가장 큰 동기부여”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집이 팬들 선물로 꽉 차 있다. 그림처럼 팬들의 정성이 많이 느껴지는 선물을 보관할 장소가 없더라. 그래서 큰 집으로 이사를 갔다”고 남다른 팬 사랑을 전했다.
이상혁은 그동안 거쳤던 프로게이머 생활에 대해 “지금까지 되게 잘했다. 업적과 관련된 부분이 아니다. 어렸을 때는 미숙하고 생각하는 것도 지금과 달랐다. 그런 면에서 많이 성장했다. 만족스럽다”면서 “시련을 이겨내는 것 자체가 큰 의미다. 프로 생활이 잘 되기만 할 수 없다. 길을 모색하고 발전하는 게 항상 목표였기 때문에 앞으로도 열심히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끝으로 롤은 어떤 의미냐는 질문에 이상혁은 “롤을 통해 크게 성장했다. 주변에서도 나를 보며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해서 더 큰 의미가 있다”면서 “10년이 짧다고 생각한다. 프로게이머 10년, 그 짧은 순간에 이렇게 깊고 의미 있는 경험을 하는 것이 너무 감사하다. 삶을 배울 수 있던 계기가 롤”이라고 답했다.
장충=김영건 기자 dudrjs@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