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 ‘69억원’인데 ‘쉬쉬’…바둑리그 미스터리

효과 ‘69억원’인데 ‘쉬쉬’…바둑리그 미스터리

여자바둑리그 후원하는 삼척시, 홍보 효과로 69억원 내세워
주최⋅주관 및 운영사 한국기원 용역 결과로 세부 내용 비공개
순천시, ‘8500만원’ 효과 없다며 올해 불참한 것과 크게 대조적

기사승인 2024-06-10 13:30:57
삼척시의회 김희창 (당시) 부의장은 2020년 8월25일 한국기원 관계자들과 한국기원 바둑연수원 및 스포츠 힐링센터 유치 후보지를 답사했다. 김희창 시의원은 왼쪽에서 네 번째, 양 옆으로 한국기원 양재호 사무총장과 정동환 본부장이 자리했다. 삼척시의회

여자바둑리그를 후원하는 지자체 중 한 곳인 삼척시에서 미디어 노출 효과로 ‘69억원’을 선언한 가운데 바둑계 내부에선 오히려 이 같은 내용을 ‘쉬쉬’ 하고 있어 궁금증을 자아낸다.

10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오는 7월 개막을 앞두고 있는 여자바둑리그에 팀을 창단해 후원하고 있는 지자체가 서로 180도 다른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다. 삼척시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구단을 유지하는 결정을 내린 반면, 순천시와 서귀포시는 여자바둑리그에서 철수했다.

이와 같은 결정에는 ‘홍보 효과’를 둘러싼 해석이 서로 달랐던 점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순천시 관계자는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감독 1명에 선수 4~5명 정도 소규모로 운영되는 여자바둑리그에 지난해 850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했는데, 큰 비용을 낸 것에 비해 지자체 홍보 효과가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순천시 관계자는 “보조금 대부분이 한국기원에 내는 참가비로 집행됐다”면서 “한국기원 측에서 별다른 홍보 활동 없이 유니폼에 순천시 팀 로고를 붙이는 정도만 해줬는데,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한국기원 측은 여자바둑리그 홍보가 부족했다는 지적에 대한 공식 입장을 묻는 쿠키뉴스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반면 삼척시의 해석은 크게 달랐다. 삼척시는 여자바둑리그 주최사인 한국기원이 연구용역을 의뢰한 결과를 토대로 미디어 노출 효과가 ‘69억원’에 달한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이는 지난해 7월6일부터 11월10일까지 2023 NH농협은행 한국여자바둑리그 기간 동안 홍보 효과를 분석한 결과로, 조사 업체는 한국기원이 운영하는 바둑TV에서 송출된 생중계 효과만 41억원이라는 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척시는 한국기원에 내는 여자바둑리그 참가비 7000만원과 운영비 2000만원을 합쳐 총 9000만원을 투입하고 있다. 이는 앞서 여자바둑리그 후원을 철회한 순천시보다 500만원 가량 더 많은 비용을 사용하는 셈인데, 이를 통한 홍보 효과가 70억원에 육박한다면 ‘남는 장사’인 셈이다.

하지만 삼척시에서 지난 2020년 약 600억원 규모로 한국기원과 함께 건립을 추진했던 바둑연수원 사업이 전면 백지화 되는 등 바둑 관련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비춰봤을 때, ‘홍보 효과 69억원’은 과도한 해석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러한 사실에 대해 한국기원과 삼척시 등 어느 곳에서도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알리지 않았고, 지역 언론 한 군데에만 언급됐다는 사실도 석연치 않다.

삼척시는 4년 전인 2020년, 2000만원을 투입해 ‘바둑연수원 유치를 위한 기본구상 및 타당성조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한국기원과 함께 바둑연수원 건립에 착수했으나 현재 이 사업은 백지화됐다. 이에 대해 삼척시 관계자는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타당성 조사 이후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담당자들이 여러 차례 교체됐고, 현재 관련 부처에 바둑연수원과 관련된 내용을 알고 있는 직원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당시 한국기원 이사로 활동하고 있던 김희창 삼척시의회 부의장이 ‘한국기원 연수원 및 힐링센터 유치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이 사업을 진두지휘 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김희창 삼척시의원은 여자바둑리그 삼척 팀 창단을 적극 주도한 인물이다.

한편 쿠키뉴스는 삼척시의 여자바둑리그 홍보 효과를 69억원으로 집계한 용역 업체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해당 업체는 2019년에 설립된 직원수 3명의 회사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
이영재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