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당국이 10일 대북 심리전 수단인 대북 확성기를 가동하지 않기로 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국방부 출입기자단 대상 공지를 통해 “대북 확성기 방송은 현재까지 실시하지 않았고, 오늘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북한이 비열한 행위를 할 경우에는 즉시라도 방송할 준비는 돼 있다”고 밝혔다.
이날 확성기를 가동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군의 한 소식통은 “우리 군이 어제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고 오늘도 꼭 틀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대북 확성기 가동 관련 속도 조절을 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다만 군 당국은 “북한이 전방지역에 대남 방송용 확성기를 설치하는 동향이 식별됐다”며 “북한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이는 우리의 대북 확성기 설치에 대응하는 차원으로 보인다.
합참도 “현재까지 대남 방송은 없었지만, 우리 군은 북한군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군은 북한의 대남 오물 풍선 살포에 대응하기 위해 전날 대북 확성기를 가동했다. 그러나 이날은 긴장이 고조된 상황을 고려해 가동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도 이날 정례 언론브리핑에서 “전략적, 작전적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작전을 시행하고 있다”며 “장비의 휴식 등도 고려해야 하고 또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해 필요한 시간만큼, 필요한 시간대에 작전하고 있다”고 했다.
군과 정부가 이날 확성기를 가동하지 않기로 결정한 배경에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전날 담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전날 우리 군이 2018년 이후 6년 만에 대북 확성기 가동을 재개하자, 밤부터 이날 아침까지 대남 오물 풍선 310여개를 추가로 살포했다.
김 부부장은 오물 풍선 살포 직후 담화에서 “만약 한국이 국경 너머로 삐라(대북전단) 살포 행위와 확성기 방송 도발을 병행해 나선다면 의심할 바 없이 새로운 우리의 대응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울이 더 이상의 대결 위기를 불러오는 위험한 짓을 당장 중지하고 자숙할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고했다.
정부 소식통은 이 담화에 대해 “김여정 담화의 톤이 그리 강하지 않다. 조준 타격 등 강한 발언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는데 수위를 조절해서 발표한 느낌”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윤석열 대통령이 투르크메니스탄·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3개국 국빈 방문을 위해 출국했다. 대통령 순방 기간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수위가 크게 높아지는 것은 피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도 작용했다고 해석된다.
조진수 기자 rokmc439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