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시신, 60만원에 실습”…가톨릭의대, 유료 해부학 강의 논란

“신선한 시신, 60만원에 실습”…가톨릭의대, 유료 해부학 강의 논란

비영리인 대상 강의…영리 추구 여부·유족 동의 쟁점
의료윤리연구회장 “유족 동의 없었다면 ‘상업적 해부쇼’ 될 위험 높아” 
힐리언스 랩 “문맥상 적절치 않은 용어 사용 사과드린다”

기사승인 2024-06-10 19:51:54
‘힐리언스 랩 아카데미’가 헬스트레이너와 필라테스 강사 등 운동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유료 ‘카데바 실습’ 강의를 진행해온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다. 홈페이지 캡처

한 업체가 헬스트레이너, 필라테스 강사 등 비의료인들을 대상으로 카데바(해부용 시신) 실습 강의를 유료로 전개해 논란이다. 이익을 남기기 위해 비용을 받았는지, 유족의 동의를 거쳤는지 등에 따라 현행법을 위반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웅제약의 협력사인 ‘힐리언스 랩 아카데미’는 헬스트레이너와 필라테스 강사 등 운동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유료 ‘카데바 실습’ 강의를 진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실습에 참여하기 위해선 60만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해당 강의는 공동주관처인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가톨릭응용해부연구소가 진행했다. 이 연구소 소속 B박사가 지난해 7월부터 직접 시신을 해부하며 실제 인체 근육의 형태를 보여주는 등 강의를 제공했다. 

힐리언스 랩은 교육 커리큘럼을 통해 “(해부학의) 수많은 개념과 이론을 책과 그림으로만 공부해서는 부족하다”며 “오직 운동지도자만을 위한 인체 해부 교육”이라고 설명했다. 시신의 상태에 대해 “무조건 ‘프레시 카데바(Fresh Cadaver)’로 진행된다”고도 부연했다. 또한 “이렇게 상태 좋은 카데바는 처음” “트레이너라면 필수”라는 수강생 후기도 덧붙여 홍보했다. 

현행 시체 해부 및 보존 등에 관한 법률(시체해부법)은 상당한 관련 지식과 경험이 있는 의사 또는 의대의 해부학·병리학·법의학 전공 교수 등에 한해 시체를 해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B박사는 의사 출신은 아니며, 해부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 연구소 측 설명이다. 

‘힐리언스 랩 아카데미’ 카데바 실습 관련 홈페이지 캡처

문제는 해당 실습이 영리 추구를 위한 목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다. 시체해부법 제10조에 따르면 시체를 금전이나 재산상의 이익, 그 밖의 반대 급부를 목적으로 취득하거나 이를 타인에게 양도해선 안 된다. 

시신 기증자와 유족 등 동의를 거쳤는지도 쟁점이다. 현행법에는 시체 해부에 대한 유족 동의를 받아야 하며, 그 목적은 의학 교육과 연구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라고 규정돼 있다.

문지호 의료윤리연구회 회장은 10일 쿠키뉴스에 “일반인을 대상으로 광고를 한 것은 의학 연구를 위해 기증된 시신이 자칫 상업화 도구로 사용될 수 있는 위험한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충분한 설명에 의한 동의가 있었는지가 중요하다”며 “의사나 의대생이 아닌 일반인의 교육용으로 사용될 것에 대해서도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회장은 “동의 받지 않은 상태에서 시신에 대한 예의를 갖추지 않고 진행된다면 상업적 해부쇼가 될 위험이 높다”고 비판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역시 영리 목적으로 볼 여지는 있다고 짚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증 받은 시신은 영리 목적으로 사용이 불가능하다”면서도 “시체해부법 규정에 시신 보존이나 인건비 등에 대해선 실비를 받을 수 있게 돼 있다. 비용 사실관계 등을 확인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연구 발전을 위해 시신을 기증했는데 의학교육이 아닌 운동지도자 실습에 쓰였다면 윤리적으로 지적할 수 있다고 본다”며 “해당 사안에 대해 해부 관련 학회와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습 강의를 전개한 힐리언스 랩의 관계자는 “60만원이라는 금액은 시설 사용료 등 카데바 교육에 필요한 최소 비용으로 산정했다”며 “다른 연구소에서도 스포츠의학과나 운동지도자들을 대상으로 해부학 견습 교육을 시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수업으로 받은 강의료를 기부한다’고 전한 보도에 대해선 “논의한 바 없다”고 했다.

이어 “참관 교육은 시신에 대한 예의를 갖춰 하고 있다. ‘Fresh’ 등의 용어는 맥락상 적절치 않게 사용해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다만 힐리언스 랩 관계자는 Fresh라는 용어가 ‘신선한’이라는 뜻으로 사용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힐리언스 랩측에 따르면 프레시(Fresh)라는 용어는 의료현장에서 포름알데히드가 처리되지 않은 시신을 지칭한다. 

가톨릭응용해부연구소 측은 “학교에서 관련 건에 대한 입장 등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만 답했다. 

한편 현재 힐리언스 랩 홈페이지에서 카데바 실습 강의 안내문은 삭제된 상태다. 

박선혜, 김은빈 기자 betough@kukinews.com
김은빈 기자, 박선혜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
박선혜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