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원이 운영하는 바둑TV의 생방송 중계 과정에서 또 한 번 진기한 장면이 탄생했다. ‘입신(入神)’의 경지에 오른 프로 9단들의 경기가 ‘반칙’으로 끝났다.
11일 오후 7시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진행한 제18기 지지옥션배 신사 대 숙녀 연승대항전 제2국에서 숙녀 팀 선봉장 조혜연 9단이 신사 팀 두 번째 주자 최규병 9단에게 ‘반칙승’을 거뒀다. 초읽기에 몰린 최규병 9단이 황급하게 착수하면서 제대로 착점하지 못해 일어난 상황으로, 심판이 경기 도중 대국을 중단한 이후 판정을 통해 승부를 가렸다.
불리한 국면에서 반칙승을 거둔 조혜연 9단은 “너무나도 해프닝에 가까운 일이 일어났다”면서 “한국 바둑 룰이 개정된 사항이 적용된 것”이라고 말문을 뗐다. 이어 조 9단은 “선과 선이 교차하는 곳에 착수를 해야 하는데 최규병 사범님이 착수 후 시계를 직접 눌러야 하는 상황 탓에 황급히 착점하다 실수를 하셨다”고 설명했다.
조 9단은 “최 사범님께 죄송한 마음”이라며 “제 기사 인생에서 일어나기 힘든 일이 일어나서 당황스럽기는 한데, 승부는 계속 이어지니까 3국에서는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앞선 10일 개막전에서도 조 9단은 신사 팀 선봉 이정우 9단에게 역전승을 거둔 바 있다.
한편 만 40세 이상(1984년 이전 출생자) 남자기사와 여자기사들이 출전해 12대 12 연승대항전을 벌이는 지지옥션배 신사 대 숙녀 연승대항전 총 규모는 2억4500만원이며, 우승상금은 1억2000만원이다. 제한시간은 각자 20분, 추가시간 30초 ‘시간 누적(피셔) 방식’이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