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검사장)의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웅 전 국민의힘 의원이 1심 때와 같이 항소심에서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반면 제보자인 조성은씨는 엇갈린 증언을 내놨다.

서울고법 형사6-1부(정재오·최은정·이예슬 부장판사)는 12일 공무상비밀누설,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손 검사장에 대한 항소심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는 손 검사장으로부터 고발장을 직접 받은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김 전 의원과 김 전 의원으로부터 고발장을 전달받은 후 관련 의혹을 처음 언론에 폭로한 조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전 의원은 텔레그램 메시지 발신자가 손 검사장이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 메시지를 보내준 사람과 메시지 내용 일체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만약 그랬다면 기억했을 것인데 기억나지 않기 때문에 그랬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고 답했다. 메시지 속 ‘손준성 보냄’이라는 문구를 확인했는지에 대해선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조씨에게 고발장을 전달한 경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답변을 반복했다.

반면 뒤를 이어 증인으로 나온 조씨는 김 전 의원이 자신에게 고발장을 전하면서 신경을 많이 썼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조씨는 “친문 성향 언론 등을 공격해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고발장을 만들어줄 테니 당 차원에서 (검찰에) 제출해달라는 요청으로 인지했다”고 증언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24일 추가 증인 신문을 거쳐 공판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결심 공판에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검사의 구형과 피고인의 최후 진술이 이뤄진 후 재판부가 선고일을 정한다.

고발 사주 의혹은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재직 중이던 2020년 4월 검찰이 21대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 측에 범여권 주요 인물들에 대한 형사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이다. 범여권 주요 인물로는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였던 최강욱 전 의원과 유시민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이다.

지난 1월 1심 재판부는 이들 인사에 대한 고발장 등 자료가 손 검사장, 김 전 의원, 조씨 순서로 전달됐다는 공수처의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손 검사장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