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에서 ‘선업튀’ 볼 수 있을까…저작권 보호의 미래는

사우디에서 ‘선업튀’ 볼 수 있을까…저작권 보호의 미래는

한국저작권보호원, 제3회 2024 저작권 보호 미래 포럼 개최

기사승인 2024-06-13 14:05:02
최재식 한국지식재산연구원 글로벌정책연구실장이 발제를 하는 모습. 사진=이영재 기자

디지털 대전환에 따른 K-콘텐츠 산업 발전을 위한 저작권 보호 전략을 논의하는 제3회 2024 저작권 보호 미래 포럼이 1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렸다. 박정렬 한국저작권보호원 원장의 개회사로 시작된 이날 행사는 두 편의 주제 발제와 참석자 전원이 참석한 종합 토론으로 심도 깊게 이어졌다. 

해외에서의 K-콘텐츠 보호를 위한 법·제도 전략 방안을 주제로 첫 번재 발제에 나선 정현순 대법원 재판연구관은 해외에서 한류 콘텐츠가 불법 유통되고 있는 실태를 짚고 해외의 대응 사례를 소개했다. 

정 연구원은 “2023년 기준 해외 한류 콘텐츠 불법 유통량은 3억5000만개에 달한다”며 “분야별로 영화·방송 등 영상이 1억1100만개, 웹툰이 2억3900만개”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에서 저작권을 보호하고 있는 사례들을 소개했다. 먼저 싱가포르는 불법 스트리밍 미디어 박스 판매를 금지하고 있는데, 셋탑 박스 판매자에 대한 판매 중단은 물론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고, 형사처벌(최대 5년형)도 명시가 돼 있다. 

이탈리아는 불법 스트리밍 서비스를 ‘실시간 차단(Live blocking)’ 하는 제도를 의무화하고 있다. 통신규제위원회가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ISP)에 불법 IPTV 서비스 및 관련 플랫폼에 대한 즉각적인 차단 명령을 내리고, ISP는 차단 명령에 30분 이내에 신속하게 응답해야 한다. 아울러 검색 엔진에선 불법 복제 플랫폼 정보가 검색되지 않도록 검색어 제거 조치도 하도록 돼 있다. 

호주와 아르헨티나 등은 모색적(Dynamic) 금지명령을 발동한다. 불법 저작물 유통 사이트 운영자가 접속 차단 조치를 우회해 다른 도메인 등으로 불법 복제 웹사이트를 개설하는 경우, 추가 신청을 통해 우회 도메인까지 차단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정 연구원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시정 요구로 일원화된 접속 차단 조치가 저작권 보호에 최적화된 것인지, 현행 저작권법상 시정명령이나 시정권고 대상이 되는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의 범위를 어디까지 봐야할지 등 쟁점이 많다”면서 “저작권법을 개정할 필요는 없는지, 효율적인 금지 명령 제도는 어떤 모습이며 권리자가 원하는 보호 방식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더욱 깊게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우디와 지식재산권 기반 KSP(Knowledge Sharing Program) 사업을 진행했던 사례를 ‘국내 저작권 보호 체계의 해외 수출·지원 방안’이라는 발제를 통해 소개한 최재식 한국지식재산연구원 글로벌정책연구실장은 “지식재산 국제재발협력의 사각지대가 있다면 확대하려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 실장은 “저작권의 보호와 집행을 위한 조화로운 제도 구축과 정비 노력이 이익의 독점이 아니라 이익 공유”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우리나라 단독으로 어렵다면 APEC와 함께 추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구 부연했다.

12일 제3회 2024 저작권 보호 미래 포럼이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렸다. 사진=이영재 기자

이어진 토론에서 다양한 의견이 도출됐다. 이진태 한국저작권위원회 팀장은 가상 상황을 설정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에 살고 있는 사람이 SNS 등을 통해 tvN 인기 드라마 선재업고튀어(‘선업튀’) 팬이 됐는데, 사우디에선 볼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선 티빙이나 웨이브는 물론 멜론, 벅스 등 OTT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한류 열풍으로 해외에서 우리나라 콘텐츠에 관심을 갖게 되더라도 실제로 볼 수 있는 방법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이 팀장은 “불법적으로 우리나라 저작물을 이용하는 것도 문제지만, 합법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채널을 마련해주고 해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제도적⋅정책적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재권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교수는 실질적인 대응 방안에 대한 의견을 제안했다. 서 교수는 “이용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사이트 이용이 불편하면 불편할수록 침해는 줄어든다”고 설명하면서 “과거에는 게시판의 순기능이 저하될 수 있기 때문에 사이트 운영자에게 이의제기 절차를 보장할 필요가 있었지만, 저작권 침해가 주를 이루는 불법 사이트의 운영자에게까지 이러한 절차를 보장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 교수는 “결국 침해 대응의 성패는 불법 사이트 차단 속도에 좌우될 수 있다”면서 “사후 구제보다는 탄력적으로 제도를 운영할 수 있는 행정조치가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전응준 법무법인 린 변호사 또한 신속한 접속 차단 제도 도입에 의견을 보탰다. 전 변호사는 “2023년 말 이탈리아에서 행정기관인 통신규제위원회가 불법 스포츠 생중계 등에 대해 즉각적인 접속 차단 조치를 행할 수 있는 입법이 도입됐다”고 설명하면서 “행정 기관에 의한 즉각적인 접속 차단을 가능하게 한 이탈리아의 입법에 대해 종합적으로 평가해 향후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법을 모색할 때 활용”하면 어떨지 제안했다.

한편 이어지는 제4회 ‘2024 저작권 보호 미래 포럼’은 오는 8월28일 개최될 예정이다. 한국저작권보호원은 “세계 각국이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는 과정에서 저작권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이를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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