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알 권리 강화”...정부, 기업 자율적 개선 유도

“개인정보 알 권리 강화”...정부, 기업 자율적 개선 유도

- 개인정보처리방침 평가 시행 예정…적정성·가독성·접근성 평가
- 개인정보위 “자율적인 개선 유도…우수 기업에 인센티브 제공”
- 일부 기업 이미 동참…동영상·인포그래픽 등 ‘쉬운 정보 전달’

기사승인 2024-06-14 14:00:08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 사진=박효상 기자 

정부가 ‘마이데이터’ 시대를 맞아 정보주체의 알 권리 강화를 위해 패러다임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개인정보가 어떻게 사용됐는지 정보주체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체계를 개편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인정보위)는 지난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2024년도 개인정보 처리방침 평가계획(안)’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개인정보 처리방침은 개인정보의 수집과 이용, 제공, 위탁 등 개인정보 처리와 관련된 기준과 안전조치에 관한 사항에 대해 기관·기업 등 개인정보처리자가 스스로 정한 문서다. 개인정보처리자가 어떤 개인정보를 목적으로 어떻게 처리하는지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다.


한 기업의 개인정보 처리방침. 어려운 단어와 문장으로 이해가 쉽지 않은 부분도 있다. 온라인 홈페이지 캡처. 

개인정보보호법에서는 개인정보처리자에게 처리방침을 수립·공개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권리 보장에는 한계가 있었다. 지난해 개인정보보호 및 활용조사에 따르면 국내 인터넷 이용자 중 처리방침을 확인하는 경우는 34.9%에 불과했다. 확인하더라도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고 단순한 텍스트의 나열 등으로 공개 방식이 경직돼 있다는 지적도 일었다.

이에 개인정보위는 지난해 법 개정을 통해 개인정보 처리방침 평가제를 도입했다. 49개 기업과 기관을 대상으로 올해 첫 시행을 앞뒀다. 평가 분야는 △빅테크 △온라인 쇼핑 △온라인플랫폼(주문·배달, 숙박·여행) △병·의료원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엔터테인먼트(게임, 웹툰) △AI 채용 등 7개 분야다.

이들 49개 기업·기관이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처리방침에 포함할 사항을 적정하게 정하고 있는지, 알기 쉽게 작성했는지, 정보주체가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으로 공개하고 있는지 등을 평가하게 된다.

평가 결과 처리방침이 우수한 개인정보처리자에 대해서는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른 과징금·과태료 부과 시 감경 등의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자율적인 개선 유도와 함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권고 조치를 내린다는 계획이다.

개인정보위는 같은 날 ‘인공지능(AI) 응용서비스 사전 실태점검 결과 발표’에서도 SKT와 스노우에게 ‘서비스 내용에 대해 정보주체들이 명확히 이해할 수 있는 조치를 마련·시행’할 것을 개선권고했다. 개선권고는 강제성이 없으나 SKT와 스노우 모두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카카오가 제공하는 알기 쉬운 개인정보 처리방침. 카카오의 인기 캐릭터 라이언과 카카오톡 대화를 나누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카카오 홈페이지 캡처.  

보다 일찌감치 정보주체의 알 권리 강화에 나선 기업들도 있다. 네이버는 개인정보 처리방침을 3가지 버전으로 공개 중이다. 기본 버전 외에 편하게 이해할 수 있는 ‘EASY 버전’, 그림으로 보는 ‘인포그래픽 버전’을 제작했다. EASY 버전은 만 14세 미만의 어린이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동영상으로 제공된다. 인포그래픽도 아이콘을 통해 보다 쉽게 개인정보 처리방침을 안내하고 있다.

카카오도 지난 2019년부터 개인정보 처리방침을 2가지 버전으로 나눠 운영하고 있다. 기본 버전에는 적절한 라벨링 이미지를 섞어 가독성을 높였다. 또한 이용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단어와 문장을 사용했다. ‘알기 쉬운 개인정보 처리방침’ 버전은 라이언과 춘식이 등 카카오 인기 캐릭터의 카카오톡 대화로 구성됐다. 개인정보의 개념부터 이용의 정의, 제3자 제공 등에 대해 대화체로 쉽게 풀어썼다. 카카오톡 회원가입을 예로 들며 만 14세 미만의 어린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최경진 가천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개인정보 처리와 관련된 모든 것을 법으로 정해 해결하기는 어렵다”며 “정부가 개인정보처리자에게 꼭 법적인 준수가 아니라도 정보주체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자율권을 주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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