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관절과 연골 치료제 등을 공급하는 의료기구 업체 영업사원들에게 ‘대리수술’을 시킨 의혹을 받는 연세사랑병원 관계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의료진이 수술을 집도한 것처럼 수술 기록지를 조작했다는 혐의도 받는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범죄조사부는 지난달 29일 고용곤 연세사랑병원장과 소속 정형외과 의사 4명, 간호조무사 1명, 그리고 연세사랑병원에 의료기기를 납품하는 티제이씨라이프 영업부 소속 직원 4명 등 총 10명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번 수사는 경찰이 대리수술 관련 첩보를 바탕으로 조사에 나서면서 시작됐다. 2022년 4월 시민단체로부터 고발장을 접수받은 서울경찰청은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이후 경찰에 보완 수사를 요청한 끝에 검찰은 고발장 접수 1년10개월 만에 고 병원장 등을 재판에 넘겼다. 지난 2011년 보건복지부로부터 관절전문병원으로 지정된 연세사랑병원은 한 해 진행하는 관절수술만 1만건, 인공관절 수술은 2500~3000건에 달한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연세사랑병원 의사들은 의료기기 납품 업체 직원에게 수술 부위를 벌리게 하거나, 환부에 구멍을 뚫고 핀을 박게 하는 등 불법 의료행위를 지시했다. 또 수술 일정으로 인해 의사가 수술을 끝까지 수행할 수 없는 경우엔 병원 간호사 또는 간호조무사에게 수술 부위 봉합 행위를 맡겼다.
검찰은 2019년 8월부터 2021년 8월까지 총 152건의 수술에서 불법 의료행위가 이뤄졌다고 봤다. 인공관절치환술이나 근위경골절골술 같은 수술은 집도의 외에도 보조하는 의료 인력이 필요하다.
고 병원장은 집도하지 않은 수술을 마치 자신이 한 것처럼 진료기록부에 허위 기재한 혐의도 받고 있다. 2021년 6월29일 줄기세포 채취 수술을 받은 환자 A씨의 수술은 성명불상의 의사가 집도했지만, 진료기록부에는 고 병원장이 집도한 것으로 기록됐다. 이러한 방식으로 2021년 6월부터 8월까지 총 142명의 환자에 대한 진료기록부가 조작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고 병원장은 기소 사실이 보도되자 대리수술은 없었다고 반박하며 검찰이 대리수술이 아닌 수술보조행위에 대한 부분을 문제 삼았다고 주장했다. 수술에 투입된 의료기구 업체 직원은 간호조무사로, 석션 등 수술을 보조한 게 전부라고 했다. 그러나 공소장 내용이 확인되면서 논란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의료법 제27조(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는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 외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누구든지 의료인이 아닌 자에게 의료행위를 하게 하거나 의료인에게 면허 사항 외 의료행위를 하게 해선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이를 위반할 시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