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단일대오’를 강조했던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과 전공의 단체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의협이 집단 휴진에 앞서 정부에 요구하는 의료계의 통일된 안을 내놓겠다고 밝힌 직후부터 엇박자를 내고 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3일 자신의 SNS에 “임현택 회장은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죠?”라며 임 회장을 공개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
박 위원장이 비판글을 올린 당일 의협은 의과대학 교수 단체 등과 연석회의를 가진 뒤 모든 직역이 의협 중심의 단일창구를 만드는 데 뜻을 모았다고 발표했다. 의협은 18일로 예고한 집단 휴진 전에 정부를 향한 의료계의 요구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의협은 전공의들과 소통하고 있다고 했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13일 브리핑에서 “의협 중심의 단일화된 창구를 통해 집단 휴진 전 대정부 요구안을 내놓겠다”며 “전공의 단체와 모든 내용을 공유한다. 박단 비대위원장이 의협 정책이사이기 때문에 모든 연락이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박 위원장은 “중심? 뭘 자꾸 중심이라는 것인지”라며 의협 발표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임현택 회장은 이제 말이 아닌 일을 해야 하지 않을지. 여전히 전공의와 학생만 앞세우고 있지 않나”라며 “단일 대화 창구? 통일된 요구안? 임 회장과 합의한 적 없다. 범의료계 대책 위원회? 안 간다”고 적었다. 이어 “대전협의 요구안은 변함이 없다”고 부연했다. 대전협은 정부의 의대 입학 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전면 백지화 등을 복귀 조건으로 낸 건 상태다.
임 회장도 불쾌한 심경을 드러냈다. 14일 의료전문지 ‘청년의사’에 따르면 임 회장은 13일 밤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박 위원장의 SNS 글을 담은 기사를 공유하며 “의협이 전공의 문제 신경 끄고 손 뗄까요? 그거 바란다면 의협도 더 이상 개입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해당 업무(전공의 생계 및 법률 지원 사업)를 보는 이사는 의협에서 밤낮없이 살다시피 하면서 죽어라고 지원해 줬더니 고맙다는 사람은 하나도 없고 컴플레인만 가득하다”라며 “내가 왜 내 몸 버려가며 이 짓 하고 있나 싶다”고 했다.
의협 집행부와 ‘전공의 문제 전면 불개입’ 여부도 진지하게 논의하겠다고 했다. 임 회장은 “의협은 정부와의 대화, 투쟁을 전부 대전협에 맡기고 손 떼고 싶다”면서 “원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푸는 게 맞다”고 전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