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요 국가들의 방한 관광객이 일제히 늘어났으나 유독 태국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4월 한국을 찾은 태국 관광객은 11만9000명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21.1% 줄었다. 같은 기간 외국인 관광객이 86.9% 급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태국은 코로나19 이전 동남아 국가 중 방한 관광객 1위 국가에서 베트남과 필리핀에 밀려 3위 국가가 됐다.
이 기간 중국 관광객은 470.1% 늘었고 일본은 85.7%, 대만은 77.9%가 각각 증가했다. 다른 동남아 국가인 필리핀(75.7%), 인도네시아(50.8%), 말레이시아(35.1%), 베트남(29.4%), 싱가포르(10.6%) 등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태국 관광객은 2019년 동기 대비 58.7% 수준에 그쳤다. 전체 외국인 관광객 회복률(88.8%)과 상이한 결과다. 다른 동남아 국가인 싱가포르(154.5%), 인도네시아(110.4%)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뛰어넘었고 필리핀(95.9%)과 베트남(94.6%)도 거의 회복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만 해도 태국 관광객은 57만2000명에 달해 베트남(55만4000명)과 필리핀(50만4000명)을 제치고 동남아 국가 중 1위였다. 태국에서는 K-팝, K-드라마가 인기를 끌어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그러나 올해 태국 관광객은 베트남(16만3000명)과 필리핀(15만8000명)에 밀려 3위로 하락했다. 인도네시아(10만4000명), 말레이시아(10만4000명), 싱가포르(10만1000명)와도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현재 한국은 사전 전자여행허가 제도인 K-ETA를 운영하고 있다. 112개 무사증(무비자) 입국 가능 국가 국적자가 우리나라에 입국하기 위해 현지 출발 전에 홈페이지에 정보를 입력하고 입국을 허가받는 제도다. 올해 말까지 일본·대만·홍콩·싱가포르 등 22개국은 K-ETA가 한시 면제됐지만 태국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태국 관광객들은 일본과 중국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일본관광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일본을 찾은 태국 관광객은 46만6000명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27.5% 늘었다.
일본이 코로나19 이후 태국 관광객에 대해 무비자를 시행한 데 이어 중국도 올해 3월부터 태국과 상호 비자 면제를 시작했다. 반면 한국에서 태국은 무비자였다가 코로나19 이후 K-ETA가 생겼다.
한국과 태국 양국은 2023∼2024년을 ‘한·태 상호방문의 해’로 지정했다. 올해 연간 2000만명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목표로 정한 관광 당국으로선 동남아 방한 1위 국가에서 이런 상황이 벌어진 데 대해 난감할 수밖에 없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현재 상황으로 봐서는 K-ETA를 제외하곤 태국 관광객이 줄어든 이유를 찾을 수 없다”며 “현재 한국을 방문하는 태국 사람들 중엔 K-ETA를 받았음에도 이유 없이 입국이 거절되는 사례도 빈번하다”고 말했다.
이어 “태국 사람들이 한국에 가지는 호감도가 높고, 현재 방콕-인천 항공편은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음에도 K-ETA 때문에 관광객만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