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폐지 및 상속세 완화 추진 의사를 거듭 밝히면서 진통이 예상된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폐지 현실성이 낮다고 전망하면서도 폐지 시 부동산 시장 양극화를 우려했다.
18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대통령실을 비롯한 정부와 여당은 종부세 폐지 등 세금 개편을 논의 중이다.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에 이어 대통령실까지 개편 목소리를 높였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16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종부세는) 기본적으로 주택 가격 안정 효과는 미미한 반면 세 부담이 임차인에게 전가되는 요소가 상당히 있어 폐지 내지는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9일 박상우 국토부 장관도 “징벌적 과세인 종부세는 세금 원리에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역시 지난달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최대 주주 할증폐지 검토 등 상속세 개편을 공식화했다.
종부세는 일정 기준을 초과하는 부동산 보유자에게 누진세율을 적용해 부과하는 세금이다. 중과세율은 과세표준 12억원 초과분을 기준으로 △12억~25억원 2.0% △25억~50억원 3.0% △50억~94억원 4.0% △94억원 초과 5.0%가 적용된다.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진 않았으나 일반 주택 보유자와 보유 주택 가액 총합이 아주 높지 않은 다주택자는 종부세를 없애고 초고가 1주택 보유자와 보유 주택 가액 총합이 아주 높은 다주택자에게만 종부세를 물리는 방식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당장 전면 폐지 시 급격한 세수 감소로 인해 지자체 등 혼란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종부세 폐지로 인한 진통도 예상된다. 특히 부동산 시장에 ‘똘똘한 한 채’ 선호를 불러와 양극화가 이어질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현재 종부세 기본공제 기준은 9억원이며 1세대 1주택자는 12억원으로 1주택자의 경우, 실거래가격 20억원 이상이면 종부세를 납부하게 된다. 그러나 기본공제금을 3억원 상향 시 시세 25억원 아파트까지 종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강남 3구를 비롯해 값비싼 아파트 한 채를 소유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일부 지역 고가단지에서는 신고가 경신이 잇따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전용면적 59㎡(공급 24평)는 지난달 9일 30억6000만원(26층)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8월 입주 초기 28억4000만원(22층) 대비 2억원 이상 오른 가격이다. 거래 가격은 3.3㎡(평)당 1억2750만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전면 폐지보다 현실적인 개편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이미 시행 중인 제도를 극단적으로 폐지하는 건 어렵다”라며 “문제가 되면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 시절 1% 세금이었으나 집값이 오르며 세율 구간을 상향하거나 공제금액을 올려야 하는데 기준이 변하지 않았다”라면서 “1세대 2주택자들 구간을 올려주던, 세율을 올리던, 공제 기준을 손봐서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로서는 종부세의 폐지보다는 수정보완될 가능성이 높다”라며 “1주택 종부세가 폐지될 경우, 1주택자가 수십억원대 집을 소유하는데 종부세를 부과하지 않으면 정당한가라는 문제가 생기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종부세 부과 적용 기준 금액이 생길 텐데 기준안에 들어가는 금액대의 집을 소유하려는 수요가 늘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종부세 조정(폐지, 수정보완 등)이 유의미한 시장효과를 내려면 다주택자 규제 완화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