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우리 차례?” 금감원 실태평가에 저축銀 뒤숭숭

“다음은 우리 차례?” 금감원 실태평가에 저축銀 뒤숭숭

부동산PF악재로 저축銀 연체율 급상승
경영실태평가 나서는 금감원…‘저축은행 사태’ 이후 처음
적기시정조치 부과대상 되면…영업정지·구조조정도 가능
“언제든 대상 될 수 있어” 업계 뒤숭숭

기사승인 2024-06-19 06:00:31
쿠키뉴스 자료사진

금융당국이 건전성이 악화한 저축은행에 현미경을 들이댄다. 금융감독원이 저축은행 경영실태평가에 나서는 것은 2011년 저축은행사태 이후 10여년 만이다. 구조조정, 인수합병 등 후속 절차에도 관심이 모인다.

1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달 말 부실 저축은행 3곳을 특정해 경영실태평가를 한다. 지난해 말과 올해 1분기까지, 2분기 연속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NPL·부실채권) 비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저축은행이 그 대상이다.

이번 경영실태평가는 통상 적용됐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아닌, 연체율 등 자산건전성 기준으로 대상을 선별했다. 전국 저축은행의 평균 BIS 비율은 14.4%로 지난 1분기 모두 법정 기준 7%(자산 1조원 이상은 8%)을 웃돌았다. 유동성비율 또한 192%로 규제비율인 100%를 넘었다. 그러나 저축은행업권의 연체율이 급등세다. 연체율은 1분기 말 8.8%까지 뛰었다. 이달 말에는 10%대로 올라설 수도 있다는 우려 마저 나온다.

저축은행은 과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려왔다. 이는 고금리·고물가에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면서 원금 회수가 불확실한 상황을 불러왔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3월 KB저축은행, 대신저축은행, 다올저축은행, 애큐온저축은행 4개사의 장기 신용등급전망을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저축은행 연체율이 안정될 때까지 경영실태평가를 지속할 방침이다. 자본적정성, 자산건전성, 경영관리능력, 수익성, 유동성 등을 부문별로 평가한 뒤 이를 종합해 1등급(우수), 2등급(양호), 3등급(보통), 4등급(취약), 5등급(위험) 등 5단계 등급으로 결과를 낸다.

4등급 이하를 받은 저축은행에는 금융당국이 적기시정조치를 내릴 수 있다. 적기시정조치는 부실 우려가 있는 금융기관에 대해 금융당국이 경영개선조치를 내리는 제도다. 건전성 정도에 따라 △경영개선권고 △경영개선요구 △경영개선명령 3단계로 진행된다.

금융당국은 해당 저축은행에 인력 및 조직 운영을 축소하거나 부실자산 처분, 예금금리수준 제한, 자회사 정리, 임원진 교체 요구, 영업 일부 정지 등을 권고할 수 있다. 경영개선명령의 경우 주식 소각, 합병 등 구조조정까지 가능해진다.

금감원이 저축은행업권에 단순 연체율 점검이 아닌 경영 실태 평가에 나서는 건 저축은행 사태 이후 10여년 만이다. 저축은행 사태는 지난 2011년 1월 삼화저축은행 부실 기관 지정을 시작으로, 저축은행이 연속 영업정지 받은 사건을 말한다. 금감원은 같은 해 7월, 저축은행 전수조사에 나섰다. 2011년에만 16곳이 연쇄적으로 영업 정지되는 등 이후 5년간 파산한 부실 저축은행만 30곳에 달했다. 뱅크런(대규모 현금 인출)이 일어나면서 10만 여명이 넘는 소비자와 후순위채권 투자자가 손해를 입었다.

금융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적기시정조치 사전단계 격인 경영실태평가에 착수한 만큼, 적기시정조치를 받는 저축은행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무분별하게 부동산PF를 늘린 금융기관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당국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과감하게 조치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부동산PF와 관련해 “리스크 관리에 소홀한 채 단기적 이익은 사유화하고 뒤따를 위험을 소비자 등 사회에 전가하는 행태 등은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며 “올해부터는 정당한 손실 인식을 미루는 등의 그릇된 결정을 내리거나 금융기관으로서 당연한 책임을 회피하는 회사에 대해서는 시장에서의 퇴출도 불사하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금융위는 일단 “경영실태평가를 실시했다고 반드시 적기시정조치 부과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현 단계에서 정해진 것은 없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저축은행 업계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이번에는 적기시정조치 대상에서 빠졌지만, 언제든 금감원이 기준을 달리 하면 포함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자산 1조원 이상 대형 저축은행의 경우에는 금감원에서 평소에도 워낙 엄격하게 관리를 한다. 문제가 생겼을 때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라며 “아무래도 이번에는 금감원이 평소에 대형 저축은행만큼 관리하지 못한 자산 5000억원 이하 소형 저축은행을 자세히 들여다 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감원에서 자체적으로 기준을 만들어서 현장 점검을 하는 건데, 기준을 좀 더 강화하면 언제든 대형 저축은행도 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 아닌가”라며 “아무래도 경영실태평가가 10년 만에 처음이다 보니 업계가 대형, 소형을 막론하고 심란한 분위기”라고 했다.

금융당국이 수도권을 영업구역으로 둔 저축은행에 대한 M&A 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는 만큼, 지지부진한 M&A에 속도가 날 지도 주목된다. 금융위는 지난해 7월 ‘저축은행 대주주변경·합병 등 인가기준’ 개정안을 마련해 이미 한 차례 규제를 풀어줬지만 성사된 M&A는 단 한건도 없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부동산PF발 악재는 이미 다 노출이 됐고 추가로 부실이 더 생길만한 대규모 사업장이 없다. 또 금리도 계속해서 하향 안정화 추세로 가고 있어 사태가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시정조치 받은 저축은행이 문을 닫기 보다는, 다른 저축은행에 인수합병 되는 형식으로 점차 정리 수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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