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비 잡는다더니…‘강남·학원가’로 짐 싸는 맹모 늘었다

사교육비 잡는다더니…‘강남·학원가’로 짐 싸는 맹모 늘었다

기사승인 2024-06-25 06:00:16
지난해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일대 모습. 쿠키뉴스 자료사진

사교육비를 24조원대로 묶어두겠다던 정부의 목표가 무색하다.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입시업계는 의대 증원·무전공 선발 확대 등 많은 변동이 예고돼 있어 사교육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에도 서울 강남구 등 ‘사교육 특구’로 꼽히는 일부 지역에서 도리어 초등학생 유입이 늘어난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지난해 초등학생 ‘순유입’ 규모를 보면 서울 강남에 2199명이 늘었다. 최근 10년간 데이터를 살폈는데 보통 300~400명대 유입됐고, 2000명을 넘긴 것은 처음”이라며 “지난해부터 갑자기 강남의 초등생 유입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종로학원은 교육부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학교알리미’에 최근 공시된 전국 6299개 초등학교의 지난해 기준 학생 현황을 분석해 발표했다. 초등학교에 학생이 전입해 온 숫자에 전학을 가서 빠져나간 전출을 뺀 순유입을 학교 소재 시군구별로 살펴보니 서울 강남구가 1위였다.

임 대표는 “물론 강남 개포동이라는 주거지 환경 변화도 일정 부분 있겠지만 여유가 있으면 초등학교 때부터 강남에서 적응해 중·고등학교, 대학 입시 루트까지 나쁘지 않다는, 개발 측면과 교육적인 측면이 동시에 맞물린 결과”라며 “(집값이 높은) 강남권에 초등생 가정이 들어간다는 얘기는 교육적인 목적으로 정주하기 위해 들어간다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초등학생 순유입된 지역을 살펴보면 대체로 사교육열로 유명한 지역들이다. 서울 강남에 이어 △인천 서구(1929명) △경기 양주시(1214명) △경기 화성시(775명) △대구 수성구(757명) △인천 연수구(748명) △충남 아산시(695명) △서울 양천구(685명) △경기 과천시(456명) △서울 서초구(423명) 등이다.

유명 사교육업체들이 학군을 따라 전국에 분포하면서 학부모들이 서울이 꼭 아니더라도 주요 학군지를 선택해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 사교육 특구로 꼽히는 강남구, 양천구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서울 초등생 순유출이 늘었다. 임 대표는 “서울은 집값 부담으로 정주하기보다는 외곽으로 나가는 경향을 보인다. 여기에 교육 인프라, 즉 사교육이 같이 따라붙는 양상”이라며 “충남 아산, 세종 등에 서울의 간판 강사들이 내려가 있고 서울 근무 강사들도 출퇴근하며 강의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경기 안양 평촌 학원가에서 학원을 가는 학생들 옆에 숙제를 하는 학생들이 앉아있다. 사진=임지혜 기자

교육부가 사교육비 부담 완화를 위해 킬러문항 배제와 사교육 카르텔 선언했지만, 사교육을 찾는 발길은 좀처럼 끊기지 않고 있는 셈이다. 사교육비를 24조원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정부의 공언은 공염불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초·중·고교생 사교육비는 27조원을 넘어서 역대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강남 등 주요 학군지 중심으로 초등생 순유입이 증가한 요인으로 전문가는 ‘불안’을 꼽았다. 신소영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는 “정부가 대학 자율전공을 확대하고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고 발표한 정책의 방향들이 ‘나도 그 경쟁 대열에 빨리 참여해 조기부터 입시 대비를 해야 하겠다’는 불안감을 준다”며 “강남에 초등생 순유입이 늘었다는 것은 조기부터 입시에 대비하기 위한 최적의 시장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사교육 수요 자체를 줄이지 않고 공적인 자금으로 사교육 수요를 흡수하려는 현재의 사교육 경감 방식을 지적했다. 신 대표는 “절대평가 개편, 서열화 완화 등 (사교육에 의지하지 않도록) 불안을 낮출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은 마련하지 않고 세금을 투입해 사교육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세금으로 사교육을 사들이는 방식의 정책들”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EBS 프리미엄 강의 서비스가 무료화하고, 방과 후 수업을 대폭 확대했는데 사교육 수요 자체를 줄이는 역할로 보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신 대표는 “EBS나 방과 후 수업이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사교육과 품질을 비교해 사교육이 좀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면 EBS, 방과 후 수업을 이용하면서 절약한 비용을 사교육에 공격적으로 투자할 가능성이 있다”며 “사교육 수요 흡수책은 사교육 유발 요인을 건들지 않기 때문에 사교육 자체를 경감하는데 굉장히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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