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 출구 보이나…잇따르는 휴진 철회

의정갈등 출구 보이나…잇따르는 휴진 철회

의협, 27일 전면휴진 잠정 보류…서울대병원 진료 정상화
의료계 단일 창구 ‘올특위’도 본격 가동
변수는 전공의 참여…‘2020년 의사국시 거부’ 사태 재현 우려
전문가 “복귀는 전공의 선택…우선 의료개혁 논의 이뤄져야”

기사승인 2024-06-25 06:05:02
서울 시내의 한 대형병원. 사진=곽경근 대기자

넉 달째 강대강으로 충돌하던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 상황이 변곡점을 맞았다. 의료계가 휴진 철회를 선언하고, 단일 소통 창구를 마련하는 등 한발 물러서며 의정대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다만 사태의 핵심 당사자인 전공의들이 꿈쩍 않고 있어 갈등이 봉합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24일 대한의사협회는 오는 27일부터 전 직역에서 무기한 휴진을 전개하겠다던 계획을 잠정 보류했다. 의협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모든 직역의 의사들이 각자의 준비를 마치는 대로 휴진 투쟁에 동참해나갈 것”이라며 “이후의 투쟁은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 2차 회의의 결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무기한 휴진을 닷새째 이어온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도 이날부터 휴진을 중단하고 정상 진료에 나섰다. 서울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서울시보라매병원, 서울대병원강남센터 등 4곳 교수를 대상으로 실시한 투표에서 948명 중 698명(73.6%)이 “휴진을 중단하고 ‘지속 가능한 방식의 저항’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지난 21일 발표했다.

서울대병원에 이어 의협까지 휴진을 사실상 철회하며 의료계의 전면휴진을 통한 집단행동 동력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환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집단휴진보단 다른 방식의 투쟁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빅5 병원의 휴진 선언도 철회될지 관심이다. 오는 27일 세브란스병원이 속한 연세대 의대 비대위와 다음달 4일 서울아산병원이 포함된 울산의대 비대위가 각각 휴진을 예고했지만, 유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오는 25일 총회를 통해 휴진 여부를 결정하기로 한 서울성모병원이 포함된 가톨릭의대 비대위, 삼성서울병원이 속한 성균관대 비대위에서도 휴진을 찬성하는 측의 주장이 힘을 받기 어려워 보인다. 

휴진 철회 선언이 잇따르며 의정대화 분위기도 무르익고 있다. 우선 의협 주도로 출범한 의료계 단일 창구인 올특위가 본격 가동에 들어가며 대화 물꼬가 트였다. 올특위는 의협, 의대 교수, 시도의사회 등이 참여한 의료계 조직으로, 여러 갈래로 흩어진 의료계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그간 의료계를 향해 의정대화에 나설 ‘단일 대화 창구’를 요구해왔다.

올특위는 정부와의 대화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들은 지난 22일 첫 회의를 마친 뒤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포함한 의정 협의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도 즉각 입장문을 내고 “의제와 형식에 구애 없이 대화가 가능하다”고 했다. 다만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은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협의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서울 주요 대형병원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한 지난 2월19일 오후, 서울의 한 대학병원 전공의 전용 공간이 적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문제는 올특위에서 전공의와 의대생 대표 자리가 여전히 공석이라는 점이다. 정부와 올특위가 극적 합의안을 도출하더라도 전공의, 의대생이 동의하지 않으면 ‘반쪽짜리’ 합의안에 그칠 공산이 크다.

과거 2020년 의대 증원으로 인한 의료계 파업 사태 당시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 바 있기 때문이다. 최대집 당시 의협 회장이 의대 증원 정책 등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을 조건으로 정부와 파업 중단에 합의하자, 의대생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의대생들은 협상 과정에서 당사자가 배제됐다며, 수업과 의사 국가고시 응시를 거부했다. 당시 의대생이었던 이들 상당수가 현재 의료현장을 이탈한 전공의일 것으로 추정된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올특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박 위원장은 지난 19일 자신의 SNS를 통해 “범 의료계 협의체를 구성하더라도 대전협은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표명했다”며 “정부가 사직한 전공의의 복귀를 원한다면 전공의와 이야기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임현택 의협 회장을 향해 “최대집 전 회장의 전철을 밟지 않길 바란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전공의 복귀 여부와는 별개로 당장 의정대화를 진행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부 교수는 24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미 정부가 복귀만 하면 커리어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에, 복귀하지 않는 데 대한 손해는 전공의 본인 몫”이라며 “강제로 복귀시킬 수 없으니, 그간 사회는 전문의 중심병원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논의를 지속해 나가는 것이 맞다”고 짚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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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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