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장기화되는 의료 공백을 완화하기 위해 건강보험 재정 1890억원을 추가로 투입한다.
복지부는 27일 제13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을 개최하고 비상진료체계 건강보험 지원 방안 연장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대학병원 무기한 휴진 등 의사 집단행동이 장기화되는 현 상황에 따라 월 약 1890억원 규모의 건강보험 재정을 추가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추가 투입되는 재정은 오는 8월10일까지 사용될 계획이다.
복지부는 이번 지원 연장을 통해 상급종합병원에서 병의원급으로 경증 환자를 회송한 경우 보상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중증 환자의 신속한 병원 배정을 지원하고 응급실 의료 행위에 대한 보상도 늘린다.
복지부는 지난 2월20일부터 비상진료체계 유지를 위해 월 1890억원 규모의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고 있으며, 이번이 다섯달째 연장이다. 2월부터 6월까지 비상진료체계를 위한 건보 재정만 누적 1조원이 들어갔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공공정책수가’의 체계적인 운영을 위해 수가 산정 원칙을 정하고 정책 목적·성과를 주기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현행 ‘행위별수가’만으로는 진료 빈도나 수익이 낮은 분야의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 공공정책수가는 이를 보완하고자 필수의료 분야에 적용하는 새로운 건강보험 보상체계다. 복지부는 향후 건정심 산하에 ‘공공정책수가 운영위원회’(가칭)를 설치해 수가 효과를 평가할 예정이다.
작년 1월부터 시행 중인 중증 소아환자 단기입원 서비스 시범사업도 개선한다. 복지부는 환자의 중증도에 맞는 돌범·간호 서비스를 보장하고자 간호 인력 배치를 늘리고 다음 달에 입원수가(일 30만원)를 신설하기로 했다. 연간 서비스 이용일수도 현행 20일에서 30일로 늘리고 의료기관의 최소 병상 기준은 현행 4병상 이상에서 3병상 이상으로 완화해 참여 기관을 늘려 나간다.
2025년도 병원과 의원의 환산지수 결정 방향에 대한 논의도 이어간다. 환산지수는 매년 건보공단이 병원과 의원, 약국, 한의 등 단체와 협상해 인상률을 결정한다. 건보공단은 지난달 31일 의약 단체 대표 측과 협상을 통해 5개 유형의 환산지수를 정했지만, 대한병원협회와 대한의사협회와의 협상이 결렬되면서 병원과 의원 유형의 환산지수는 결정하지 못했다.
건보공단 내 재정운영위원회는 병원·의원의 환산지수 인상에 투입되는 재정의 상당분을 필수의료 확충을 위해 원가 대비 보상이 낮은 행위 유형에 추가 보상하는 것을 부대 의견으로 결의했다. 건정심은 병원과 의원 유형의 환산지수 결정 방향과 인상재정 활용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으며, 다음 소위에서 추가로 의견을 모으기로 했다.
복지부는 “환산지수를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 유지한다면 필수의료에 대한 투자를 늘려도 불합리한 보상 격차가 계속 확대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앞으로도 의료계와 논의를 거쳐 근본적인 수가 구조 개편을 함께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