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데이트폭력범’ 매일 37명꼴…강력범죄 확대 우려에도 ‘속수무책’

[단독] ‘데이트폭력범’ 매일 37명꼴…강력범죄 확대 우려에도 ‘속수무책’

경찰, 경고장 교부 확대 등 자체 대응책 마련에도 매년 관련 범죄↑
데이트폭력 기인 살인까지 이어지지만 관련 자료 집계조차 안 돼
“형법상 개별 죄목 없어” 법적 근거 미비 주장
폭행·협박 등 ‘반의사불벌죄’…대다수 처벌 안 돼
박정현 “강남역 데이트폭력 살인 반복 안 돼” 데이트폭력 처벌 입법 예고

기사승인 2024-06-30 06:05:02
그래픽=쿠키뉴스 자료사진

올해 들어 5월까지 데이트폭력으로 경찰에 검거된 가해자가 하루 평균 37명인 수준으로 나타났다. 데이트폭력 신고 건수는 2023년 7만7150건으로 3년 만에 57%나 증가했다. 

최근 데이트폭력이 살인으로까지 이어지는 등 피해가 늘어나고 있지만, 처벌 근거가 미비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청은 2020년부터 2024년 5월까지 시도경찰청과 경찰관서에 데이트폭력 예방 및 피해자보호 강화와 관련된 총 6건의 공문을 하달했다. 

2022년엔 데이트폭력 피해자 모니터링 방침을 개선해 데이트폭력 유형이 스토킹 행위에 해당할 경우 스토킹 사건에 준해 위험성을 판단하고 조치토록 했다. 또 사건의 위험성에 따라 관서장 판단하에 모니터링 주기를 조정 가능하게도 했다. 2023년에는 교제 관계에도 필요시 가정폭력처벌법상 피해자 조치를 적용할 수 있도록 ‘사실혼 판단 체크리스트’를 도입해 전국에 배포했으며 스토킹 가해자에게 의무 교부하는 경고장을 데이트폭력에도 적용하도록 했다. 

올해 들어서는 데이트폭력 신고 증가 추세를 반영해 현장 대응을 재강조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놨다. 유관 부처·지원기관과 협업으로 ‘범죄피해자 통합지원협의체’를 구축해 맞춤형 보호·지원을 강화했다. 특히 범죄 특성을 고려해 ‘데이트폭력·스토킹’ 모니터링 기준을 신설했다. 

그러나 데이트 폭력 신고 건수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박정현 의원실이 제공한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데이트폭력 범죄 신고 건수는 2020년 4만9225건, 2021년 5만7305건, 2022년 7만790건, 2023년 7만7150건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만 해도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3만3271건이 신고됐다.

데이트폭력으로 검거된 피의자 수도 지난 2021년 1만975명에서 지난해 1만3939명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는 5월 기준 5763명이 검거됐다. 

데이트폭력, 살인 등 강력범죄 확대 가능성 크지만 ‘처벌 근거’ 미비
수반되는 폭행·협박·감금 등만 형법 적용 처벌될 뿐
이마저도 ‘반의사불벌죄’로 대부분 처벌 불원
법적 근거 미비 이유로 관련 자료 집계 ‘구멍’

데이트폭력 발생 건수가 좀처럼 줄지 않은 이유는 데이트폭력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데이트폭력은 폭행, 협박, 감금 등 ‘뚜렷한 폭력 행위’에 대해 형법을 적용해 처벌하고 있다. 가정폭력처벌법과 스토킹처벌법을 적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혼 관계를 입증하지 못하거나 스토킹 피해 입증이 어려운 경우 데이트 폭력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특히 데이트폭력에서 많이 나타나는 폭행·협박은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다. 데이트폭력이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나는 것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야 하지만, 피해자의 가해자 처벌 의사를 사건처리의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어 경찰 초동 대응이 쉽지 않은 것이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데이트폭력의 경우 현장 종결 비율이 55% 정도 된다. 경찰이 오더라도 피해자가 부담을 느껴 고소 의사를 밝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가해자 처벌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문제도 있다. 경찰이 출동해 적극적으로 가해자를 제지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피해자 의사에 의존하다 보니 가해자의 보복 심리만 부추기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데이트폭력은 자칫 살인과 성폭력 등 강력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30일 60대 박학선은 서울 강남 한 오피스텔에서 교제하던 여성과 그의 딸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박학선은 교제하던 여성으로부터 가족들이 교제를 반대한다는 이유로 이별 통보를 받자 이에 분노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6일에는 의대생 최모씨가 서울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여자 친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최씨는 피해자와 결별 등으로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트폭력이 자칫 강력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실효적 대책 마련을 위해서는 데이터 축적과 분석 등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데이트 폭력 관련 살인 가해자 및 검거 인원은 현재 경찰에 별도 집계되지 않고 있다. 데이트폭력에 대한 개별 조문이나 법률이 존재하지 않다는 이유다. 형법상 개별 조문이 있는 죄목은 통계 작성이 가능한 반면, 데이트폭력은 교제 관계에서 살인이 발생할 경우 살인으로 집계되고, 성폭력이 발생하면 성폭력으로 집계되는 식이다. 이에 경찰은 데이트폭력 별도 코드를 부여해 관리 중이다.

박정현 의원은 “매년 데이트폭력 사건이 증가하고 있고 친밀한 사이에서 발생하는 강력범죄도 늘고 있다. 그럼에도 데이트 폭력에 대한 법적 근거 부재 등 입법적 조치가 미비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지난 5월 서울 강남역 데이트폭력 살인사건과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한 적극적 조치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행 가정폭력처벌법과 스토킹처벌법 사이에 사각지대를 메우기 위한 ‘교제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의원은 “특례법은 데이트폭력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 데이트폭력 예방과 피해자 보호를 강화코자 했다. 피해자 보호를 위한 (긴급)응급조치 등 관련 절차를 규정하고 이에 따른 형사처벌 규정도 명시하여 피해자 안전을 확보하는데 주안점을 두고자 했다”고 전했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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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j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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