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3 국민의힘 전당대회 구도가 당 대표 후보와 최고위원 후보 간 ‘러닝메이트’ 경쟁으로 굳혀졌다.
앞서 서병수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27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회의를 열고 러닝메이트 방식 등에 대해 논의한 뒤 “당헌·당규상 선거 운동은 당선되거나 당선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행위를 말한다”면서 “(전당대회) 입후보자는 선거운동을 할 수 있고, 러닝메이트를 표방해 본인을 포함한 타후보를 당선되게 하려 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현재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장동혁·박정훈·진종오 의원 등과 함께 가장 먼저 러닝메이트 군단을 완성했다. 장 의원은 충남 보령서천 지역구의 재선 의원으로 ‘한동훈 비상대책위’ 체제에서 사무총장을 지냈다. 초선인 박 의원 역시 대표적인 친한계로 분류된다. 올림픽 사격 금메달리스트로 국민의힘에 영입돼 지난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진종오 의원도 청년 최고위원에 출마하며 한 전 위원장과 발을 맞추게 됐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인요한 의원, 박진호 국민의힘 김포갑 당협위원장과 러닝메이트 진용을 갖췄다. 나경원 의원 역시 김재원 최고위원 후보가 함께 선거 운동에 나선다. 표면적으로는 ‘전략적 협력 관계’를 내걸었지만 사실상 러닝메이트 성격이라는 시선이 많다.
당권 주자들이 러닝메이트 정치에 나선 이유는 당 지도부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데 최소 2명 이상의 아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현행 당헌·당규상 청년최고위원을 포함한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이 사퇴하면 당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된다. 최고위원회가 대표 리더십에 반발해 사퇴할 경우, ‘지도부 해체’가 가능한 구조인 것이다. 과거 이준석 전 국민의힘 당 대표는 ‘최고위원들의 반란’으로 사실상 대표직에서 축출됐다. 당내 우군이 많지 않았던 이 전 대표는 지도부인 최고위원회 안에서 포위되는 사태를 맞았다.
아울러 최고위원 확보는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등을 포함해 총 9명으로 구성되는 지도부의 의결권 행사 측면에서도 관건이다. 최소 2명 이상을 당 대표 측근에서 배출해야 성공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일부 최고위원 후보가 전당대회 시작부터 특정 후보를 지지하면서, 국민의힘의 고질적 문제인 ‘계파 정치’가 부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 대표 후보인 윤상현 의원은 지난 3일 “러닝메이트는 사실상 당헌·당규 위반”이라며 “청년최고위원이 10여 명 나왔는데 그 중 한 사람을 찍어서 유력 후보가 데리고 다닌다. 줄 세우기,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이뤄지는 당헌·당규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